[토요이슈]‘폭격기 3총사’ 北에 공포… 軍 “北수뇌, 이 시기면 종적 감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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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의 모든 것

북한은 예년처럼 올해에도 한미 연례 군사연습인 키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훈련(Foal Eagle)을 맹비난하면서 초강경 대응 조치를 협박했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두 훈련을 ‘북침 책동’으로 규정하고, ‘맞불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두 훈련을 그만큼 두려워하는 증거로도 해석된다.

미군 참가 전력은 공포의 대상

북한은 그간 대남 협박과 유화 공세를 번갈아 가며 두 훈련의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그 배경에는 막강한 미군 참가 전력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매년 3, 4월에 실시하는 두 훈련에는 주한미군(2만8500명)을 비롯해 주일미군과 괌, 미 본토 기지 소속 증원 병력(약 1만 명), 항모 전단과 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들이 총출동한다. 이번에 참가하는 핵 추진 항모인 칼빈슨함은 70여 대의 첨단 전투기를 싣고 있으며, 이지스 구축함과 핵추진 잠수함의 호위를 받는다. 1개 항모 전단은 유사시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와 주요 군 지휘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화력을 갖고 있다. 또 일본의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7곳에 배치된 주일미군 병력과 해·공군 전력은 유사시 48∼72시간 내 한반도로 전개돼 한미 공동 작전계획(OPLAN 5015)에 따라 대북 응징에 나설 수 있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F-22 스텔스 전투기는 주일미군 기지에서 출격한 지 20분 만에 평양 시내의 주요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핵과 재래식 타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들도 ‘단골 참가 전력’이다. 특히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는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공약인 ‘핵우산’의 핵심 전력으로 북한 수뇌부에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면 수십 배의 핵 보복을 가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하 수십 m 깊이에 강화 콘크리트로 제작된 지휘시설도 족집게처럼 파괴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과거 두 훈련에 스텔스 전폭기가 참가하면 북한 주요 수뇌부가 일제히 종적을 감추는 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국지 도발부터 전면전, WMD 제거와 평양 진격까지…

두 훈련은 모든 유형의 북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한 한미 공동의 대북 작전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주요 위기 시 미 증원 전력의 즉시 투입과 배치 절차를 숙달하는 게 주 내용이지만 한미 군 당국은 보안을 이유로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군 당국자는 “북한의 국지 도발 응징과 전면전 확전 시 반격 작전,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작전, 북 핵·미사일 공격 대응 등 4대 과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고 말했다.

우선 국지 도발의 경우 북한이 서북도서나 최전방 지역에 기습 포격을 가하거나 무력 강점을 시도하는 상황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미 연합군은 F-15K 전투기 등 공군 전력과 서북도서에 배치한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MLRS)를 동원해 도발 원점과 지원, 지휘 세력의 응징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다음은 전면전 확전 단계. 북한이 국지 도발에 이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배치한 장사정포, 스커드, 노동미사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타격하고, 전방 지역의 경보병여단과 기계화군단의 남하 징후가 포착되면 한미연합사는 즉각 전면전 상황에 들어간다. 대북방어태세(데프콘·Defcon)가 단계적으로 격상되면서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해 한미 군 통수권자의 승인을 받고 미 증원 전력의 한반도 투입 절차를 실행에 옮긴다. 같은 시간 한미 연합군은 수도권 사수를 위해 육해공 전력을 총동원해 ‘우선 타격 목록’으로 분류된 1000여 개의 북한군 포 진지와 미사일 기지, 지휘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정밀 타격에 나서게 된다.

특히 평양 일대와 북-중 접경지역에 배치된 핵과 미사일 기지, 김정은 특각, 북한군 전략지휘소, 군수공장 등은 최단시간에 제거해야 하는 핵심 표적이다. 한미 연합군은 개전 후 72시간 안에 대북 정밀 타격 작전을 완료해 북한군의 지휘 체계와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 미 증원 전력과 함께 북진을 통한 반격 작전에 나서게 된다.

쿠데타와 수뇌부 유고 등 북 급변사태 시 WMD 제거 작전도 한미연합군의 핵심 임무다. 한미 특전사 요원들이 영변 핵 단지와 비밀 핵 시설에 침투해 핵탄두를 해체하고 핵물질(고농축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대규모 대북 상륙작전도 주요 훈련 내용이다. 유사시 한미 해병대가 해상 교두보를 확보해 북한 지역에 상륙한 뒤 내륙으로 진격해 평양을 최단 시간에 함락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미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LDH·4만 t급)과 한국 해군의 구축함, 상륙함 등 30여 척의 함정과 1만 명 안팎의 병력이 참가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키리졸브 연습에서도 북한의 핵 공격 임박 시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내용이 포함된 ‘4D 작전’이 적용된다. 이 작전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맞춤형 대응 체계로 ‘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의 4단계로 진행된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북한의 이동식 발사 차량(TEL)의 움직임을 첩보위성과 무인정찰기(UAV) 등으로 탐지한 뒤 전파 방해로 교란하고, 발사 직전 공군 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로 파괴해 제거하는 한편 발사된 적 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파괴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군 당국자는 “올해에는 4D 작전 개념을 더 구체적으로 적용해 북한의 핵 공격을 최대한 억제하고, 발사 이후 한국 영토에 떨어지기 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는 군사 대응책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리졸브의 유래와 의미

키리졸브 연습의 전신은 1994∼2007년 실시된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이다. RSOI 연습은 유사시 한국에 전개되는 미 증원 전력을 수용(Reception)하고 대기(Staging)시킨 뒤 전방으로 이동(Onward Movement)해 통합(Integration)한다는 훈련 내용이 함축돼 있다. RSOI 연습은 2008년부터 키리졸브로 이름을 바꿨다. 키리졸브는 ‘중요한, 핵심적 결의’라는 뜻으로 북한의 도발을 반드시 격퇴한다는 의미다.

매년 8월에 실시되는 또 다른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병력과 장비가 참가하지 않고, 한미 군 장병이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워게임 형식으로 진행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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