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정 중 헌재 화장실서 만난 3人, 무슨 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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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렸던 지난달 27일 오후 헌법재판소 1층 남자 화장실. 심리 휴정 시간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권성동 단장(57)과 황정근 변호사(56)가 박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72)와 마주쳤다.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변론기일에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수석 대리인”이라고 비난하는 등 100분간 막말 변론을 해 재판관들에게 충격을 줬다. 당시 그는 방청석을 향해 서서 변론하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을 비난할 때만 한 번씩 재판부 쪽을 바라보곤 했다.

화장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난 황 변호사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선배님, 방청석 말고 재판부를 보면서 변론을 하셔야 카메라에 얼굴이 잘 잡힙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열리는 헌재 심판정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심판 장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돼 헌재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화장실에서 나가 심판정에 선 김 변호사는 황 변호사의 조언 때문이었는지 시선이 대체로 재판부 쪽을 향했다.

김 변호사의 지난달 22일 막말 변론을 두고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을 자극하기 위한 일종의 ‘쇼잉(showing)’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심판정 밖에서도 헌재 사이트를 통해 변론 장면을 생생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론이 모두 녹화 중계되는 헌재 심판정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전 국민을 상대로 치열하게 퍼포먼스를 하는 무대다.

박 대통령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장악 음모가 담긴 증거라며 ‘고영태 녹음 파일’을 심판정에서 직접 틀자고 재판부에 집요하게 요구했던 것도 고 씨의 육성이 국민에게 전달되면 탄핵 반대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73)는 변론이 열릴 때마다 어깨에 태극기를 망토처럼 걸치고 헌재에 나타나더니 지난달 14일 13차 변론에선 아예 심판정에서 방청석을 향해 태극기를 펼쳐 들고 ‘포토타임’을 갖기도 했다.

또 권성동 단장과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58)는 변론 시작 전 늘 웃는 모습으로 호탕하게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막상 변론이 시작되면 죽기 살기로 맞붙었다. 카메라 기자들이 심판정에서 떠나기 전까지 신사의 품격을 보여 줬던 것이다. 탄핵심판의 창과 방패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이 상대편 지지자들에게 밉상으로 찍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심판정은 증인들에게도 국민과 만나는 통로였다. 구치소 수감 상태에서 헌재에 증인으로 나온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과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수의 차림으로 심판정에 섰다. 구속된 미결수가 다른 재판의 증인으로 나올 경우 사복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 등이 검은색 코트를 입고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전주영 기자
#탄핵심판#변호사#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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