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주자 ‘1주 뒤 대한민국’ 준비돼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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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첫 합동 경선토론회가 어제 열렸다. 원내 제1당으로서 탄핵정국의 촛불 민심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선 승리는 곧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시점에서 열린 만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르면 일주일 안에 나올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이후 나타날 극심한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을 치유할 해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서울 도심에서는 탄핵 찬반 진영의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열린다. 이번 집회는 탄핵심판을 앞둔 마지막 주말 집회가 될 가능성이 커 양 진영 간 총력 세 대결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두 시간의 토론 동안 민주당 주자들은 한결같이 촛불과 태극기로 나라가 두 동강 난 현실에 대해선 애써 눈감는 분위기였다. 탄핵 인용 결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탄핵 기각 결정이 났을 경우에 대해선 아예 언급을 피했다.

탄핵 이후 자연인 신분이 되는 박 대통령에 대해선 엄정한 사법 처리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일체의 타협과 해법 논의를 거부한다”고 단언했다. 탄핵 이후 갈등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도 문 전 대표는 “상처와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에 그쳤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철저히 청산하고 새 출발 해야지 봉합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화해와 통합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지도 1위 문재인 전 대표는 범여권 세력을 싸잡아 청산 대상으로 규정했고,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도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정권 교체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그것은 적폐 청산과 촛불 혁명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산 대상과의 연대는 ‘절대 불가’라고 못 박았다. 지지층 결집을 통해 당장 눈앞의 승리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로밖엔 비치지 않는다.

현재의 4당 체제에서 대연정 없이는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안 지사의 제안은 토론회에서 외면당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배제하고서는 국회선진화법이 요구하는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에 미치지 못해 어떤 법안도 일방 처리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안 지사가 “개혁 과제에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추진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도 문 전 대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만일 탄핵이 인용돼 5월 초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대통령 당선인은 정권인수위원회 절차도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대연정의 가능성마저 배제한 채 ‘일단 시켜만 달라’는 식이니 걱정이 앞선다.

민주당 주자들은 전체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어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34%)와 안 지사(15%), 이 시장(8%)의 지지도 합계는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당 지지도도 44%로 창당 이래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 경선 결과가 본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제 토론회는 한쪽만을 향해 치닫는 편협한 정치로 과연 탄핵심판 이후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할 ‘대한민국 대통령’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첫 합동 경선토론회#민주당#문재인#여론조사 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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