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의 파리통신]프랑스 대선, 안 반가운 ‘요리재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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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후보들이 가장 어려운 일은 달콤하고 짭쪼름한 공격을 받고 침착함을 유지하는거다”

프랑스 여성 잡지 팜므악티엘(femme actuelle)은 2일 ‘재밌는 요리 정치’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요리 재료’들을 소개했다. 한국도 가끔 정치인들이 계란이나 밀가루를 뒤집어 쓰는 경우가 있지만 프랑스는 대선 때마다 훨씬 자주 일어난다. 평소에 늘 근엄한 모습만 보이던 정치인들이 ‘요리 재료’로 봉변을 당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또 살짝은 통쾌하기도 하지만 당하는 이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을 일이다.


2017년3월 마크롱 계란

프랑스 대선을 한달 여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39살 프랑스 대선후보 엠마뉘엘 마크롱은 1일 파리에서 열린 농업 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얼굴에 흰 계란을 정면으로 맞았다. 그의 왼쪽 머리는 흰자로 범벅이 됐다. 요즘 다니는 곳마다 1만 명의 군중을 몰고 다니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그로써는 속이 타들어 가는 일. 그러나 그는 “이것도 일종의 전통 문화다. 머리카락을 좋게하는 치료법 중 하나다. 환영은 따뜻했다”며 위트 있게 대처했다.

그가 능숙하게 위기를 넘긴 건 이번에 처음 당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2016년6월 마크롱 계란

지난해 6월 경제장관 자격으로 파리 외곽 센 생드니 지역 우체국을 공식 방문한 마크롱은 노동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던진 계란에 정면으로 맞았다. 당시에는 욕설도 들었다. 처음 당한 그는 당시 약간 발끈했다. 마크롱은 “나는 시위하는 사람들과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눠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내가 오늘 아침에 본 건 존경이 아니다.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며 나라의 수치다. 게다가 그들은 진짜 노조원들이 아니라 전문 선동가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정치인들이 봉변을 당할 때 계란 만큼 자주 쓰이는 건 밀가루다.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흰색 가루 범벅이 돼 망신주기에는 이만한 재료가 없다.


2012년 올랑드 밀가루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012년 지난 대선 당시 농업 관련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다가 한참동안 옆에서 밀가루를 뿌리는 남성에게 봉변을 당했다. 사회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다 2차 경선에서 아쉽게 탈락한 마뉘엘 발스 전 총리도 지난해 12월 총리 시절 밀가루를 뒤집어 썼다.

2007년 3월 사르코지 파이

우리나라에서 생일 때 케익을 얼굴에 묻히는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이 얼굴에 뒤집어 쓰는 케익은 유쾌하진 않다. 2007년 3월 대통령 당선을 눈앞에 두고 한참 기분 좋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걸어가다 제대로 파이를 뒤집어 썼다. 얼굴과 옷에 묻은 파이를 떼어내는 그의 표정은 화를 참지 못해 울그락불그락한다.


2016년 12월 마뉘엘 발스 밀가루
잘못 보면 색깔이 섬뜩한 케첩도 등장했다. 2002년에는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10대 두 명이 발사한 케첩에 그래도 억지로 웃어야 했다.

대통령이 되는 길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쉽지 않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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