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 “세션스 사임해야”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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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측근들의 ‘러시아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지난해 대선 기간에 주미 러시아대사와 두 차례 만나고도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 인사와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해 은폐 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주미 러시아대사와 대(對)러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중순 사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트럼프 측근의 러시아 유착 의혹이 또 터진 것이다.

WP는 세션스가 지난해 7월과 9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났다고 전했다. 당시 세션스는 트럼프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이자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이었다. 7월엔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행사장에서, 9월엔 자신의 워싱턴 사무실에서 키슬랴크 대사를 따로 만났다. 구체적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세션스는 지난달 인준청문회에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과 러시아 정부 측이 소통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알지 못한다”며 “나 자신도 러시아인들과 소통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대선 개입 관련)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 연락을 나눈 적이 있습니까”라는 서면 질문에도 “없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 스탠퍼드대 교수는 WP에 세션스와 키슬랴크 대사의 만남이 놀랍지 않다면서도 “이상한 점은 (세션스가) 둘 사이의 만남을 숨겼다는 것”이라며 “당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은 최고조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는 세션스의 사임을 요구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세션스는 청문회 진술 내용을 수정할 기회가 그동안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나라를 위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전날 “세션스는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며 사임을 요구했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실시하고 있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조사에서 세션스가 손을 떼고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앨 프랭컨 상원의원(민주)은 “법무장관이 해당 수사를 공정하게 지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세션스는 2일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왔다”며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유착 의혹 조사에서 거리를 둘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법무부 측은 1일 “당시 만남은 캠프 대리인 자격이라기보다 상원 군사위원으로서의 만남이었다”며 “세션스 장관은 청문회 당시 이 만남이 질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여겼다”고 해명했다. 백악관도 ‘민주당의 정치공세’라며 세션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유착 스캔들은 계속해서 트럼프 행정부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취임 전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유착 관련 정보들을 보존하는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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