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부대 장병들 원격의료 현장 가보니… 3일 걸리던 감기진료, 3분만에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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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먼 군부대 63곳서 시범사업… 1년 6개월간 3000여건 진료
장병들 “대화 가능해 더 믿음직”

2월 27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오른쪽)이 방문한 경기 연천군 28사단 GOP 대대 의무실. 이곳에 설치된 원격진료 장비 부스에서 정영훈 상병(왼쪽)이 의무병의 도움을 받아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월 27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오른쪽)이 방문한 경기 연천군 28사단 GOP 대대 의무실. 이곳에 설치된 원격진료 장비 부스에서 정영훈 상병(왼쪽)이 의무병의 도움을 받아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목 상태를 보도록 입을 좀 벌려 주세요.”

지난달 27일 경기 연천군 28사단 예하 일반전방초소(GOP) 대대 의무실, 감기 몸살 증상으로 이곳을 찾은 정영훈 상병은 이곳에서 80km나 떨어져 있는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 원격진료팀장 신진호 대위(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다. 신 대위는 원격 의료 장비로 정 상병의 편도 영상을 확인한 뒤 편도염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했다.

불과 1년 6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이다. 이 부대에는 군의관이 상주하지 않아 질병에 걸리거나 다치면 차로 30분 거리인 인근 보건지소로 나가 진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부대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너머에 있어 출입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 단순 감기에 걸려도 의사를 만나 약을 받기까지 2, 3일을 기다려야 했다.

2015년 7월 군부대 원격 의료 시범 사업이 시작되면서 24시간 실시간 진료가 가능해졌다. 정 상병은 “전화로 진료를 하면 거리낌이 있을 텐데 원격으로 직접 군의관과 마주하듯 대화하면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더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현재 원격 의료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 군부대는 63곳. 올해 76곳으로 늘어난다. 모두 군의관이 상주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까지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격오지 부대다. 지금까지 원격 진료 건수는 총 3000여 건으로 감기나 외상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기흉, 안구 천공, 혈관종 등 응급 환자가 원격 의료 덕분에 큰 위기를 넘긴 경우도 있다.

김서영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은 “기존에는 응급 환자가 생기면 상위 부대에 보고한 뒤 군의관이 올 때까지 대기하거나 헬기로 후송해야 했는데 원격 의료 장비가 생기면서 의료종합상황센터에서 원격으로 바로 진찰하고 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격 의료가 가능해지면서 군부대 진료 대기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원격 의료를 하고 있는 부대에서는 10명 중 8명(83%)이 발병 후 12시간 안에 진료를 받았다. 원격 의료를 하지 않는 부대(35%)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장병 2171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병사 10명 중 9명이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정부는 군부대뿐만 아니라 교정시설(32곳) 원양어선(20척) 도서벽지(50곳) 등 의료 취약지를 대상으로 원격 의료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수년째 시범 사업만 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원격 의료가 가능해지면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쏠려 동네 의원이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의료 취약지와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원격 의료를 허용하되 상급종합병원의 원격 의료를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반발은 여전하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제도 미비로 더 많은 사람이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의료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원격의료#군부대#시범사업#병원#보건복지부#화상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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