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에 ‘데이트폭력’ 코드 신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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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긴급상황땐 전담반 출동”… 갈수록 흉포화… 작년 449명 구속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복도에 A 씨(34·여)가 비명을 지르며 나타났다. A 씨는 알몸에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놀란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를 구하고 오피스텔에서 황모 씨(37)를 붙잡았다. 황 씨는 A 씨의 남자친구였다. 황 씨는 여자친구를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괴롭히다가 왼손 새끼손가락에 가위질까지 했다. 황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열 손가락을 모두 자르려 했다”는 끔찍한 말까지 했다. “혼인신고를 하자”는 자신의 제의를 A 씨가 거부했다는 이유다.

같은 해 7월 인천에서는 40대 남성 B 씨가 30대 여성 C 씨의 고등학생 딸을 납치한 뒤 감금했다. B 씨는 내연 관계였던 C 씨가 “관계를 끝내고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지금까지 쓴 데이트 비용을 돌려받으려 범행을 저질렀다. 그가 납치극으로 받으려던 돈은 500만 원이었다. B 씨는 2개월 후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또 C 씨를 찾아갔다가 출동한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범죄 수법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모두 8367명이고 이 중 449명이 구속됐다. 이전 5년간(2011∼2015년) 연평균(약 720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남녀 사이의 사랑싸움이나 손찌검 수준을 넘어선 강력범죄도 자주 일어난다. 폭행 및 상해가 69.2%로 여전히 높지만 성폭력, 살인, 살인미수도 8.1%나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에 따르면 2011∼2015년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폭행치사 사건으로 붙잡힌 사람은 296명, 살인미수 혐의 검거자는 309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데이트 폭력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112 시스템에 ‘데이트 폭력’ 코드 신설 △긴급 상황 시 수사전담반 현장 출동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데이트 폭력 신고 이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신고 접수 초기에 데이트 폭력 사건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다. 경찰은 또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위해 보호시설 제공과 신변 경호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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