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권도전 소명론’ 펼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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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사람이 앞길 계획해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 연설문에 없던 성경 인용
지지기반인 기독교 행사서 언급… 총리실 “신자로서 말한것” 선그어
탄핵 인용땐 대선관리 짐 떠안아… 정우택 “그 전에 출마 결정하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49회 조찬기도회에서 성경의 ‘잠언 16장 9절’을 인용했다. 당초 원고에 없던 내용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권한대행이 성경을 통해 자신의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출마라는 소명이 주어지면 피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어서다.

특히 보수적 기독교계는 황 권한대행의 대표적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독교 행사에서 ‘신(神)의 인도’를 강조한 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더욱 크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최근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확산되면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국민적 대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구애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황 권한대행의 흥행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결정 전 출마 결정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임팩트가 있다”며 “탄핵이 인용되면 모든 짐을 져야 하는데 그때 가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시 황 권한대행은 명실상부한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출마의 명분을 찾기가 더 힘들어지는 만큼 차라리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기 전에 승부수를 띄우라는 주문이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던 정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메모지에 ‘황↔홍’이라고 적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한국당 경선에서 맞붙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황’이라는 메모 밑에는 한자로 ‘生存(생존)’이라고 적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지난달 27, 28일 실시한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전주 대비 3.7%포인트 오른 14.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35.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황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해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을 포함한 보수층이 다시 황 권한대행을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황 권한대행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종교행사에서 기독교 신자로서 얘기한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황 권한대행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정현안 장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와 사드 배치, 역사 교과서,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종식 등 결코 미룰 수 없는 여러 현안이 우리 눈앞에 있다”며 “긴장감을 가지고 국정현안을 챙겨 달라”고 주문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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