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임대료 소송… 활력 잃은 을지로 지하상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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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3km… 점포 270개로 최다… 명동-종로상권과 연결 ‘노른자위’
민간 위탁 후 임대료 폭등하자 상인들 반발로 양측 소송전 벌여
갈등 깊어지며 빈점포 늘어 썰렁… 돈 챙기는 서울시설공단은 방관

2일 서울시청 지하의 시티스타몰. 파티션이 없는 전시 공간 80여 평(오른쪽)도 공실로 쳐 민간 수탁 업체에 대부료를 징수하면서 
‘갑질 계약’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동대문에 이르는 3km 지하보도상가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에 위탁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2일 서울시청 지하의 시티스타몰. 파티션이 없는 전시 공간 80여 평(오른쪽)도 공실로 쳐 민간 수탁 업체에 대부료를 징수하면서 ‘갑질 계약’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동대문에 이르는 3km 지하보도상가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에 위탁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시설공단이 2011년부터 민간에 위탁한 시청∼을지로지하도 상가가 6년째에 접어든 상인들과 수탁 업체인 대현프리몰 간 소송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청 지하에서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의 알짜배기 상가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는커녕 지하상가를 오가는 유동 인구도 흡인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청∼을지로입구의 ‘시티스타몰’과 을지로3호선역∼동대문의 ‘을지스타몰’은 총길이 3km로 국내 최장 지하상가 몰(mall)로 꼽힌다. 점포 270여 개로 강남역 지하상가 점포(210개)보다 많다.

그러나 2일 찾은 을지스타몰에는 빈 점포가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지하철 을지로3가역에서부터 을지로입구까지 약 200m의 통로를 따라 늘어선 점포의 3분의 1은 비어 있었다. ‘임대 문의’ 전화번호만 유리창에 붙어 있을 뿐이다.

이처럼 예상보다 상가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6년째 거듭되는 소송전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설공단이 낡은 지하상가를 민간 투자로 개선해 보겠다며 위탁 운영을 시작했지만 상인들이 다달이 내는 돈이 2배 가까이 폭등하자 문제가 생겼다. 26.45m²(약 8평) 넓이 점포를 기준으로 과거 약 70만 원이던 임차료에 공사비 100여만 원이 붙은 것. 상인들이 부담할 액수는 170만∼180만 원이 됐다. 대현프리몰은 임차료 성격으로 14억 원을 서울시설공단에 선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규정에 따른 임차료의 10%, 연간 1억4000만 원가량이 대현프리몰의 수익인 셈이다.

대현프리몰이 2011년 8월 서울시설공단과 계약을 체결할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대로 관리운영비를 받으려고 하자 상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상인들은 “임차료를 포함해 한 달 내는 비용이 2배 가까이로 뛰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관리비까지 내느냐”며 대현프리몰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를 냈다. 반면 대현프리몰은 “점포 내부 화재 관리 및 이용자 보험 가입까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관리비를 받지 않고서는 관리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갈등이 심각해지자 서울시설공단은 “양쪽이 합의해서 결정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일단 발을 뺐다.

당초 서울시가 민간에 관리를 맡긴다고 할 때는 노후 환경을 개선해 수익을 늘려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임차료가 실질적으로 늘면서 공실(空室)이 늘었다. 12%의 공실률을 줄여보고자 대현프리몰은 임차료를 기존 70여 만 원보다 낮추고 싶어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공단 측은 “감정평가액보다 낮게 임대료를 받는 것은 서울시 규정에 어긋난다”라고 거부했다. 대현프리몰은 1월 “지난 5년간 2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수수방관하는 것은 불공정거래”라며 서울시설공단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사업계획서에 대현프리몰이 관리운영비를 받겠다고 쓴 것은 맞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에 ‘양쪽이 합의해서 정하라’고 권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현프리몰이 공실률을 감수한다는 것 역시 계약서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탁 업체의 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공단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을지로 지하상가#임대료#소송#서울시설공단#민간 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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