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W] 우리가 잊지못할 WBC 명장면 10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3일 05시 30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3월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국-이스라엘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한다. 2006년 출범한 WBC는 2009년 2회 대회와 2013년 3회 대회까지 수많은 승부와 스토리를 남겼다. 한국도 지난 3개 대회에서 웃음과 감동, 눈물과 절망이 교차하는 경험을 했다. 잊을 수 없는 역대 WBC 명장면 10가지를 모아봤다.

5일 저녁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강정호가 8회말 2사 1루 타석에서 좌월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며 이대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5일 저녁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강정호가 8회말 2사 1루 타석에서 좌월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며 이대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0. 강정호의 ‘슬픈 역전 결승홈런’

2013년 1라운드 3차전. 대만에 0-2로 끌려가던 8회말. 선두타자 이승엽이 2루타와 상대 포수의 패스트볼로 3루까지 진출했다. 이대호의 좌전 적시타로 1-2로 추격했고, 2사후 등장한 강정호가 좌월 2점홈런을 날려 3-2로 승부를 뒤집었다. 2차전 호주전 6-0 승리에 이어 2연승. 그러나 웃을 수 없었다.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충격의 0-5 패배를 당하면서 한국은 동률일 경우 득실점차를 비교하는 ‘TQB’에서 뒤져 조 3위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가장 슬픈 결승홈런이었다.

9. 한국전 패배 후 이치로 분노의 외침

2006년 2라운드 3차전. 한국은 일본을 2-1로 격파하고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경기에 그동안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박찬호가 선발로 나서면서 신예 오승환이 대표팀 마무리투수의 바통을 이어받아 승리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축제 분위기였지만 일본은 2라운드 1승2패가 되면서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일본의 간판스타 스즈키 이치로는 패배가 확정되자 덕아웃에서 ‘F’가 들어간 영어식 욕을 내뱉었다. 그 패배가 얼마나 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치로를 견제하는 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치로를 견제하는 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8. ‘봉중근 의사’의 견제와 ‘이치로 위치로’

2009년 미국 펫코파크에서 열린 2라운드 2차전. 5회초 1루 주자로 나간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가 리드를 하면서 한국 선발투수 봉중근의 심기를 건드렸다. 봉중근의 견제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들어가던 이치로는 봉중근이 다시 공을 던지지 않고 견제 동작만 취했지만 놀란 나머지 납작 엎드리면서 1루로 기어들어가 웃음을 자아냈다. 일본전 맹활약으로 ‘봉의사’로 떠오른 봉중근과 이치로의 흥미진진한 기싸움. 팬들은 “이치로 위치로!”라며 통쾌해 했다.

7. ‘국민우익수’ 이진영 필사적인 다이빙캐치

2006년 1라운드 3차전. 1회와 2회에 1점씩을 내주면서 초반 기선을 제압당했다. 그리고 4회말 2사 만루 위기. 일본의 니시오카 쓰요시의 타구가 우익선상으로 총알 같이 날아갔다. 뒤로 빠지면 3명의 주자가 모두 들어와 사실상 승부가 갈라지는 상황. 여기서 우익수 이진영이 필사적으로 몸을 날리는 다이빙캐치로 한국을 구해냈다. 8회 이승엽의 2점홈런으로 3-2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 밑거름을 만든 이진영은 ‘국민 우익수’로 칭송 받기 시작했다.

2009 WBC 베네수엘라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친 추신수(가운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9 WBC 베네수엘라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친 추신수(가운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6. 추신수 김태균의 홈런과 윤석민 역투! 베네수엘라 격파

2009년 준결승전. 베네수엘라는 미겔 카브레라, 보비 아브레우, 카를로스 기옌 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강팀이어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한국은 1회초 시작하자마자 상대 수비수의 실책 등으로 2-0으로 리드를 잡은 뒤 그동안 부진하던 추신수가 3점홈런을 날려 5-0으로 달아났다. 이어 2회초 김태균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태균은 이 대회에서 3홈런 11타점으로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슬러거들을 제치고 2관왕에 올랐다. 윤석민은 6.1이닝 2실점의 역투로 팀의 10-2 대승을 이끌었다.

2006 WBC 일본과의 2라운드 3차전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친 이종범.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6 WBC 일본과의 2라운드 3차전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친 이종범.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5. 후지카와 격침과 이종범의 만세

2006년 2라운드 3차전. 승부가 갈라진 지점은 한·일전을 지배하는 ‘약속의 8회’였다. 한국은 김민재의 볼넷과 이병규의 중전안타로 1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주장 이종범이 일본의 3번째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통타해 좌중간을 꿰뚫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종범은 두 팔을 벌린 채 환호하면서 달려나갔고, 1루와 2루를 돌아 3루까지 욕심을 부렸지만 태그아웃됐다. 공식기록은 2루타. 그러나 아웃되고도 개선장군처럼 덕아웃에 들어와도 될 만큼 천금의 결승타였다.

2006 WBC 미국전 당시 손민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6 WBC 미국전 당시 손민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4. 이승엽 고의4구, 손민한의 A로드 3구삼진

2006년 2라운드 2차전. 미국은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드림팀’이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팀을 한번 상대해 보는 데 의의가 있는 줄 알았다. 대부분 ‘망신만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플레이볼을 지켜봤다. 그러나 1회말 시작하자마자 이승엽이 전년도 22승으로 내셔널리그 다승왕에 오른 미국 선발투수 돈트렐 윌리스를 상대로 전광석화처럼 선제 솔로홈런을 날렸다. 4연속경기 홈런포. 한국이 3-1로 앞서나간 상황에서 4회 2사 2루서 이승엽 타석이 돌아오자 미국의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고의4구를 지시했다. 천하의 미국이 이승엽을 피하는 장면은 홈런보다 더 짜릿했다. 이어 대타 최희섭이 3점홈런을 날리면서 한국은 꿈같은 7-3 승리를 거뒀다. 한국 선발투수 손민한은 1회 2사 만루 위기서 제이슨 배리텍을 삼진으로 처리하더니 3회엔 미국의 4번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거침없이 3구삼진으로 돌려세워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2009 WBC 당시 이범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9 WBC 당시 이범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3.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이범호의 동점 적시타

2009년 결승전. 한국은 8회초까지 1-3으로 뒤졌지만 8회말 2-3으로 따라붙은 뒤 9회말 마지막 반격에 나섰다. 1사후 연속 볼넷으로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5회 동점홈런을 때려낸 추신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2사 1·2루. 절망감이 엄습하는 순간 타석에 등장한 이범호가 일본의 마무리투수 다르빗슈 유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극적인 동점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3-3 동점. 한국은 연장 10회에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맞고 3-5로 패하면서 우승 일보 직전에서 물러났지만, 이범호의 ‘9회말 2아웃 적시타’는 다시 생각해도 짜릿한 명장면이다.

2006 WBC 1라운드 3차전 일본전에서 투런 홈런을 친 이승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06 WBC 1라운드 3차전 일본전에서 투런 홈런을 친 이승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 도쿄돔을 울린 이승엽의 역전 투런

2006년 1라운드 3차전. 숙적 일본과 첫 맞대결에서 1회와 2회 1점씩을 내주며 끌려갔다. 5회초 1사 2·3루서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아낸 한국은 운명의 8회에 승부를 뒤집었다. 1사 1루. 타석에 등장한 이승엽은 일본의 좌완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통렬한 우월 2점홈런을 날렸다. 도쿄돔을 침묵으로 몰고 가는 일타였다. 김선우~봉중근~배영수~구대성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가 9회말 공 7개로 삼자범퇴 처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한·일전의 극적인 역전승은 한국야구 신화의 시작이자, 대한민국을 WBC 열기 속으로 몰아넣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승엽은 여세를 몰아 5홈런 10타점으로 역사적인 WBC 초대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다

2006년 8강 라운드 3차전 일본전. 한국의 박찬호(5이닝 무실점)와 일본의 와타나베 ¤스케(6이닝 무실점)의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한국은 7회까지 1안타로 눌리다 8회 이종범이 2타점 결승 2루타로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2-1로 쫓긴 9회 1사 1루 위기서 등판한 오승환이 연속 삼진으로 승리를 마무리했다. 숙적 일본을 또 격파하며 4강에 진출하는 신화를 만든 태극전사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갔고, 3만여 명의 재미교포들이 에인절스타디움에서 감격의 만세를 불렀다. 서재응 등이 마운드에 올라가 태극기를 꽂은 장면은 WBC를 장식한 최고의 명장면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 장면은 일본인들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듯하다.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열린 2017 WBC 출정식에서 일본 대표팀은 과거 대회의 굴욕적 장면을 모은 영상을 함께 보면서 정상탈환을 다짐했다고 한다. 고쿠보 히로키 일본대표팀 감독은 영상이 상영된 뒤 “이번 대회에서 그 분함을 풀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다”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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