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기자의 여기는 미야자키] 유희관이 일본에서 외치는 ‘대~한민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3일 05시 30분


두산 미야자키 캠프에서 인터뷰 중인 유희관.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 미야자키 캠프에서 인터뷰 중인 유희관.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3월6일)이 눈앞에 왔다. 그러나 여전히 대표팀 마운드전력의 컨디션이 나쁘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유희관(31·두산)의 이름이 들린다. 유희관은 지난 4시즌 동안 131경기에서 698이닝을 던져 55승을 올렸다. 시즌 기록 면에서 KBO리그 토종 선수 중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느림의 미학’은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장벽이 높았던 것 같다. 팀 동료 8명을 대표팀으로 배웅하고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2017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유희관을 만나 속내를 들었다.

-김태형 감독이 농담으로 ‘우리 희관이가 마지막까지 혹시 모를 WBC 준비를 했나보다.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몸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다. 페이스가 굉장히 빨라 오히려 템포를 늦추라고 했다’고 하더라.

“하하하. 이제 열심히 응원할 때다. 국가대표선수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이다. 언젠가 교체선수가 아닌 처음부터(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시드니 캠프에 먼저 도착해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소프트뱅크와 평가전에 등판해 점검을 할 예정이었는데, 팔이 조금 뭉쳤다. 130km 던지는 투수도 팔이 뭉친다.(웃음)”

-지금도 대표팀 투수 중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가 있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유희관’의 이름이 나온다.

“대표선수들이 잘 하리라 믿는다.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며 열심히 응원하겠다. 인터넷으로 대표팀 소식도 빠짐없이 보고 있고, 평가전도 챙겨봤다. 본 대회가 시작되면 더 열심히 응원하겠다. 사실 ‘교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더 조심스럽다. 대표팀에서 많은 선수들이 고생하고 있다.”

유희관은 사실 의도치 않게 WBC 공인구에 대한 적응도 했다. “호주 1차 캠프 시작 전 미리 캠프로 건너가 장원준 선배와 훈련을 함께 했다. WBC를 위해 대회 공인구를 많이 챙겨왔더라. 직접 투구를 하지 않았지만 장원준 선배의 캐치볼을 도우며 공인구를 계속 던져봤다. 머드를 바르지 않은 상태라서 미끄러운 느낌이 들더라”며 웃었다.

두산 유희관.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유희관.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투수 조장 이현승이 대표팀에 합류하며 스프링캠프에서 임시 투수 조장을 맡았다.

“(이)현승이형 너무 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캠프에서 나만 생각하고 내 훈련만 집중하면 됐지만 지금은 동료들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특히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요령을 피울 수 없다. 지금까지 현승이형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느껴진다. ‘완장’의 무게라고 할까. 신인선수들이 3년 만에 캠프에 왔다. 박치국 선수는 띠 동갑이더라. 이제 은퇴할 때가 다가오나 보다. 하하하.”

-이제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위치가 된 것 같다.

“나도 신인 때 캠프에 왔다. TV에서나 보던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이 참 신기했고 많이 배웠다. 벌써 ‘선배님’소리를 듣게 됐는데, 신인선수들 열심히 응원해주고 싶다. 기술적으로는 코치들이 계신다. 그래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대 환영이다. 아직 어려운지 질문은 하지 않는데, 같은 동료이기 때문에 신인이라고 너무 눈치 보지 말고 편안하게 운동하자고 하고 있다.”

-무려 8명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두산 캠프가 굉장히 젊어졌다. 새로운 활기도 느껴진다.

“현승이형 없어서 아쉽지만(웃으며), 젊은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분위기가 굉장히 뜨겁다. 모두가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동료들 인터뷰를 꼼꼼히 보고 있는데 모두가 ‘팀의 3년 연속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을 빠짐없이 꼭 하더라. 든든하다.”

-2017시즌 목표가 200이닝 이상 투구다.

“2017년뿐만 아니라 선발투수 보직을 맡고 있을 때 꼭 이루고 싶은 시즌 기록이다. 200이닝을 던졌다는 것은 팀에서 내 역할을 다 했다는 의미일 것 같다. 또 좋은 공을 꾸준히 던져야 달성할 수 있는 성적이다.”

-두산 선발진 ‘판타스틱4’가 워낙 히트를 쳤나보다. 이웃집 LG에서 ‘어메이징4’에 이어‘패뷸러스5’(Fabulous 5·미국 NBA LA레이커스의 2000년대 초반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등 베스트5를 불렀던 애칭)도 나왔다.

“잠실 라이벌 LG와 올 시즌 승부가 흥분되고 기대된다. LG 데이비드 허프가 인터뷰에서 ‘패뷸러스5’라는 표현을 했다는 것을 신문기사를 통해 알았다. 니퍼트에게 허프의 ‘발언’을 이야기 해줬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짓더라. KBO리그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인 것 같다. 라이벌 구도도 좋고 치열한 경쟁도 좋다. 그래야 팬들도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보지 않을까. 특히 LG와 경기는 잠실, 서울 라이벌이기 때문에 마운드에 서게 되면 더 집중하게 되고 힘이 난다.”

유희관은 어느 해보다 더 뜨거운 겨울을 보내며 새로운 봄을 준비했다. 비록 태극마크는 품지 못했지만 일본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을 응원하며 또 한번 값진 시즌을 기대하고 있었다.

미야자키(일본)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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