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들 “역세권 소형아파트 투자가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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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 209명 ‘재테크 한수’ 설문

부동산업계에서 서울 강남 큰손들의 움직임은 관심을 받는다. 이들은 시장 흐름을 미리 읽는 데다 자금력이 탄탄해 이들의 투자가 곧 시장을 가늠하는 지침(指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최근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가 강남 큰손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학교’를 찾았다. 이곳은 현금 자산이 최소 5억 원 이상인 주부가 참여할 수 있다. 수강생 대부분은 강남에 거주하지만 부산, 대구 등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이들 209명에게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 계획 등을 물어봤다.

○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 과해…역세권 소형 아파트 임대, 가장 선호”

설문 결과 큰손 투자자들에게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비쌌다. 전체의 68%에 이르는 142명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적정선보다 높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의 19%는 재건축 아파트 값에 거품이 껴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여겨보는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 강남 재건축 및 강북 재개발 단지를 고른 응답이 전체의 30%로 가장 많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울의 재건축과 재개발 주택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미래 가치가 가장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들이 꼽는 다른 투자처로는 상가와 꼬마빌딩(18%), 강남 도심 기존 주택(18%), 강원 및 제주지역 땅(14%), 경매(13%)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 재건축에 투자할 적기는 올해 하반기(7∼12월)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47%로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4분기(10∼12월)라는 의견이 26%였다. 일반 주택 구입 시기 역시 올해 하반기가 적당하다는 의견(48%)이 가장 많았다.

이는 하반기가 되면 정국 혼란 등이 수습되고 정부 정책도 가닥을 잡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49%가 담보대출 및 중도금대출과 관련된 정부 정책이라고 답했다.

가장 유망한 투자법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36%가 역세권 소형 아파트를 임대 놓는 방식을 꼽았다. 이는 재건축 및 재개발 투자를 추천한 응답(33%)보다 많았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임대주택 사업자를 위한 세제 혜택도 늘어난 데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이 부담스러운 자산가들은 역세권 소형 아파트 임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 억대 자산가만 가입할 수 있는 ‘부동산 학교’…“전문가도 긴장하는 준(準)전문가”

2월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로 신한아트홀에서 고준석 신한은행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이 부동산 투자 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월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로 신한아트홀에서 고준석 신한은행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이 부동산 투자 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번에 설문을 실시한 부동산 학교의 정식 명칭은 ‘신한은행 자산관리 멘토스쿨’이다. 신한은행은 매년 자산가를 120여 명씩 선정해 부동산 강연을 하거나 상가 입지를 무료로 분석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120명을 뽑는 데 400명 이상이 지원하는 등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역삼로 신한아트홀에서 열린 자산관리 멘토스쿨은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려는 열기로 넘쳐났다. 평일인데도 80개의 좌석이 꽉 들어찼다. 참가자들은 3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했다.

이날 땅 투자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수강생들은 △토지대적, 지적도, 토지이용계획 등 공적장부를 통해 투자 가치를 우선 확인할 것 △보호수종으로 지정된 나무가 있는 땅은 피할 것 △경사도가 15도 이상이거나 매몰지가 아닌지 확인할 것 △인근 주거지와 1.5km 이내에 있는 땅을 고를 것 등의 내용을 노트에 꼼꼼히 받아 적었다.

수업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얼마 전 분묘기지권(남의 땅에 묘를 썼더라도 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는데 분묘기지권 있는 땅을 갖고 있을 경우 해결책이 무엇이냐”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팀장은 “수강생 대부분이 관련 법조항이나 지역별 시세에 밝아 부동산 경력 20년 이상인 팀장들도 이들 앞에 서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부동산투자자문 부서를 독립시켜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신설했다. 고 센터장은 “부동산 학교는 은행 입장에서는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유치하고 시장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며 “최근에는 많은 시중은행이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 분야를 확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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