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즈음에 첫 앨범 내는 ‘서른 즈음에’ 작곡가 강승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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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석이 살아오면 소주 한잔 하고 싶어”

싱어송라이터 강승원은 “2, 3년 내에 2집도 내고 싶다. 프리랜서 음악감독인 내겐 좋은 노래와 노후 대책이 필요하다”며 웃었다. 에그플랜트 제공
싱어송라이터 강승원은 “2, 3년 내에 2집도 내고 싶다. 프리랜서 음악감독인 내겐 좋은 노래와 노후 대책이 필요하다”며 웃었다. 에그플랜트 제공
전인권, 자이언티, 이적, 성시경, 장기하, 박정현, 윤도현, 린, 윤하, 존박.

노래로 사람 가슴 때릴 줄 아는 가수들이 모두 한 앨범에서 노래했다. 오늘 발매되는 강승원(58)의 데뷔작이다.

강승원은 고 김광석(1964∼1996)의 ‘서른 즈음에’, 초코파이 CM송(‘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의 작사·작곡가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부터 현재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25년간 방송국 음악작가로 일했다. 환갑을 앞두고서야 자기 이름으로 첫 앨범을 낸다.

“1996년, 그 겨울…. 광석이가 죽은 담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그러고 보니 (이렇게 늦어진 데에) 그 녀석(김광석) 영향이 있네. ‘봄이 와도 꽃 안 피고 이파리 안 나면 어떡하지’라 생각할 정도로 우울했어요. 그 후로 작가 일을 이렇게 오래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며칠 전 봄볕 비슷한 게 든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이마 카페에서 강승원을 만났다. 그는 “1989년경 내 1집 표지까지 다 만들어 놨는데 음악이 성에 안 차 엎었었다”고 했다.

근 30년 만에 나온 데뷔작 이름은 ‘강승원 일집’. 그는 “몇 년 전부터 대학가에서 술 마시다 즉흥적으로 통기타 치며 지어둔 노래를 불렀는데 젊은이들이 꽤 좋아해 다시 맘이 동했다”고 했다. 2013년 종로에서 연 공연엔 전인권이 관객으로 나타났다. “그날 인권이 형이 ‘서른 즈음에’를 불렀는데 대단했죠.” 전인권은 ‘서른 즈음에’를 이번에 정식으로 녹음해 ‘강승원 일집’에 실었다.

‘일집’의 전곡은 강승원이 작사·작곡했다. 노래는 대개 다른 가수들에게 맡겼다. ‘달려가야 해’ ‘나는 지금’은 직접 불렀다. ‘Him’은 윤하와 듀엣. 린이 부른 ‘20세기 캐럴’, 자이언티가 부른 ‘무중력’을 비롯한 다양한 곡들이 조화롭다. 블루스가 묻은 나른한 강승원의 목소리도 꽤나 매력적이다.

예순 즈음인 그에게 만약 지금 ‘서른 즈음에’의 가사를 바꾼다면 어딜 고치고 싶냐고 물었다. “글쎄요. ‘내뿜은 담배연기처럼’을 ‘안 끊어지는 담배연기처럼’으로? 허허. 제 서른 즈음에 만든 곡이지만 그 내용만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아요.”

10월 중순엔 강승원의 노래들로 구성된 뮤지컬(가제 ‘서른 즈음에’·이화여대 삼성홀)이 막을 올린다. 스티브 잡스가 죽어서 저승을 디지털 월드로 만들었는데 그곳과 이승 사이를 오가는 이에 관한 이야기다. “만약 광석이가 살아온다면 청계천, 연남동, 옥수동 주변 술집에 데려가 소주나 한잔 사주고 싶어요. 그사이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려줘야 하고…. 아마 그 녀석, 다음 주쯤엔 광화문에서 ‘일어나∼’, 이러고 있을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서른 즈음에#작곡가 강승원#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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