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형제대결… “펄펄 나는 동생, 신경 쓰이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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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재성과 대결 기다리는 대구 이재권

“형만 한 아우 없다고들 하잖아요. 조금은 신경이 쓰이죠.”

동생과의 첫 맞대결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대구의 이재권은 “부담감까지는 아니지만 동생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형인 나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그런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이재권은 전북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이재성의 친형이다. 포지션도 동생과 같은 중앙 미드필더다. 이재권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후로 지금까지 동생 팀과 맞붙은 적이 없다. 다섯 살 터울이어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같은 대회에서 만날 일이 없었고, 프로 데뷔 후로도 서로 엇갈렸다. 2010년 인천에서 프로 데뷔를 한 뒤 서울을 거쳤지만 동생이 전북에 입단한 2014년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경찰축구단에 입단했다. 당시 경찰축구단은 2부 리그 팀이어서 전북과 만나지 않았다.

이재권은 제대 후 2016년부터 대구 유니폼을 입었지만 대구 역시 2부 리그 팀이었다. 하지만 대구가 올 시즌 1부 리그로 승격하면서 ‘형제 더비’가 성사된 것이다. 이재권은 지난해 2부 리그 정규라운드 40경기 중 39경기에 출전했고, 이 중 38경기를 선발로 나서는 등 대구의 승격에 큰 힘을 보탰다. 이재권이 출전하지 못한 한 경기는 경고 누적 때문이라 사실상 전 경기를 개근한 셈이다.

“올 시즌 경기 일정이 발표됐을 때 전북과의 경기 날짜를 가장 먼저 확인했습니다. 축구를 그만둘 때까지 동생과 맞붙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 4일 개막하는 올 시즌 대구와 전북의 첫 맞대결은 5월 6일 열린다. 이재권은 “재성이하고는 서로 얼굴 보는 날이 1년에 두어 번 있을까 말까 하는데 올해는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겠다”며 웃었다. 동생은 형의 1부 리그 승격이 확정되던 날 “축하한다. 몸 다치지 말고 잘하라”는 밋밋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둘은 평소 축구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올 시즌 1부 리그에는 이재권, 재성 말고도 형제 더비 카드가 또 있다. 포항의 박선용과 강원의 박선주다. 둘은 지난해까지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동생인 박선주가 올 시즌 승격한 강원으로 팀을 옮기면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세 살 터울인 둘은 대학 시절 맞대결을 이미 경험했다. 형이 호남대 4학년일 때 연세대 1학년이던 동생과 맞붙었는데 승부욕이 넘친 박선주가 경기 도중 형의 무릎을 걷어찬 일이 있었다. 형은 무릎을 차이고도 동생이 퇴장을 당할까 봐 마음 졸였다고 한다. 하대성(32), 성민(30) 형제의 맞대결도 다시 이뤄질 뻔했으나 동생의 이적으로 불발됐다. 지난해까지 일본 J1(1부) 리그 나고야에서 뛴 하대성이 올 시즌 서울로 돌아오면서 K리그에 복귀했는데 공교롭게 지난해까지 울산 소속이던 하성민이 올해 일본 J2(2부) 리그 교토상가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둘은 과거 K리그에서 뛸 때 맞붙은 적이 있다.

같은 리그는 아니지만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2부)에서 각각 뛰는 형제도 있다. 챌린지의 서울 이랜드는 최근 일본 출신의 미드필더 와다 아츠키를 영입했는데 클래식 광주의 미드필더 와다 도모키의 형이다. 챌린지 경남의 골키퍼 이범수는 강원의 국가대표 출신 수문장 이범영의 동생이다. 이범수는 2010년 전북 입단 당시 부산 소속이던 이범영과 함께 K리그 최초의 형제 골키퍼로 화제를 모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축구#k리그#이재권#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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