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정승재]구속 피의자의 신체검사와 수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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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장
정승재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장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이 지난달 말 시한을 맞았다. 그동안 최고 권력자와 연관된 인사 및 교수, 대기업 총수 등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그들의 구치소 생활과 소환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구속되거나 소환되는 일반 피의자 혹은 수형자를 관리하는 교정(矯正)행정의 민낯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죄를 지었거나 상당한 혐의가 있을 만한 사람들을 다룸에 있어 시스템의 개선 여지가 많다는 말이다.

구속된 미결수를 구금하는 구치소에 처음 입감되면 신체검사를 받는다. 질서유지를 위해 마땅한 절차다. 하지만 이른바 ‘항문 검사’로까지 불리는 과도한 검색은 지양되어야 할 폐해로 보인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벌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에서 신체검사는 강제가 아닌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다. 물론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한 것으로 마땅한 절차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의자의 죄질과 유무죄 논박 여지, 적용 범죄의 형량 등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 ‘항문 검사’는 손질 대상이다. 구치소나 유치장에 들어오기 전 경찰 등으로부터 이미 신체구금이 선행된 상황을 고려하면 입감 직전에 위험물질과 흉기를 별도로 소지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구치소와 사법기관을 오가는 피의자의 호송에 있어서도 바꿀 대목이 있다. 구속 후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위해 출정하는 경우 어김없이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몸을 묶는 경우가 그렇다. 마찬가지로 ‘형집행법’에 따라 도망을 가거나 자해, 폭행을 방지한다는 등의 취지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로 수갑을 사용하고 포승줄로 포박한다. 이 또한 안 할 수도 있는 임의 조항이다. 살인과 폭력 등의 흉악범이 아니라면 양팔이 결박당한 상태에서 도주 등의 일탈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죄가 명백한 피의자라도 인간이면 가질 천부적 인격권이 있다. ‘법 감정’으로 죄가 밉지만 항문 검사, 수갑과 포승줄이 죄 지은 사람에게 징벌적 수단으로 작용돼서는 곤란하다.

정승재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장
#최순실#구치소 신체검사#항문 검사#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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