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월세 114만원… 현지서 손꼽히는 부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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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돈줄 의혹 기업’ 북한인 간부 쿠알라룸푸르 거주지 가보니]
정찰총국 요원 추정… 무기거래 개입
운영업체, 사무실도 없는 유령회사… 말레이 경찰 “회사등록 말소”

북한 정찰총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김창혁’이 거주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 고급 아파트.  쿠알라룸푸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북한 정찰총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김창혁’이 거주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 고급 아파트. 쿠알라룸푸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일 오후 2시(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 고층 아파트.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담장이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었다. 주변을 순찰하는 경비원도 여럿 목격됐다. 15층짜리 이 아파트에 ‘인터내셔널 골든 서비시스’의 감독관 겸 주주인 북한인 ‘김창혁’의 집이 있다.

인터내셔널 골든 서비시스는 또 다른 기업인 ‘인터내셔널 글로벌 시스템’과 함께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업체 등으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군수품을 수출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들 회사의 등록을 말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왔으며 국익 보호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등록 말소 이유를 설명했다.

여러 정황을 볼 때 김창혁은 정찰총국 요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아파트 관계자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김창혁이 이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다. 지금은 외출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월세 4500링깃(약 114만 원)으로 손꼽히는 부촌 중 하나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국인 밀집 지역인 ‘솔라리스’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아파트에는 다수의 북한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인 1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골든 서비시스는 2012년 6월 말레이시아에 등록된 업체다. 자본금은 10만 링깃(약 2545만 원) 규모다. 회사 직원은 김창혁을 제외하고 ‘김은심’이라는 이름의 북한인을 포함해 총 5명. 하지만 사무실은 어디에도 없다. ‘유령회사’인 것이다.

인터내셔널 글로벌 시스템 역시 유령회사인 건 마찬가지다. 지난달 28일 찾은 이 회사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주로 사는 거리의 허름한 4층 건물 2층에 있었다. 하지만 간판을 찾아볼 수 없었고 사무실 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이 회사의 주주인 북한인 ‘량수녀’라는 인물도 베일에 싸여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량수녀는 2014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45만 달러(약 5억850만 원)어치의 물품을 밀수하려다 체포돼 구금됐다. 당시 량수녀는 현지 경찰에 자금 출처를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량수녀가 해외에서 북한의 무기 거래를 담당하는 정찰총국 519연락소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쿠알라룸푸르=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북한#정찰총국#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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