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대구 캡틴 박태홍 “클래식 첫 시즌, 빨리 부딪쳐 보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일 05시 45분


대구FC 박태홍.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대구FC 박태홍.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작년 K리그 입단…클래식 승격 견인
조직력과 헌신적 수비로 꼭 생존 할것
개인적 목표? 항상 꿈꿔왔던 국가대표

일본축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 미우라 가즈요시(50)가 어느 날 한국에서 온 막내 선수에게 손짓했다. “너 여기(요코하마FC·일본)에 왜 왔니? 너무 걱정하지 마. 팀이 너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어. 괜히 겁먹고 위축될 필요 없어. 잘할 수 있을 거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대구FC의 주장 박태홍(26)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선수로 미우라를 꼽는다. 대학 재학 중이던 2011년 요코하마로 떠난 한국의 어린 중앙수비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왕년의 스타’이자, 지금도 필드 플레이어로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 미우라와 한솥밥을 먹으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다. 십자인대 파열과 거듭된 임대생활 등으로 지친 그는 미우라의 짧지만 굵은 격려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았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얻었다.

결국 해냈다. 화려하진 않았어도 누구나 선호하는, 그리고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5년부터 조용한 비상이 시작됐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간이던 그 시즌, 35경기를 뛰었고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대구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 첫 도전인 지난 시즌 성적도 훌륭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의 클래식 승격을 이끌었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박태홍은 “즐기면서 일을 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미우라가 딱 그랬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더라. 정말 축구를 즐기면서 한다는 의미를 눈으로 확인했다. 나도 즐겁게 뛰고 싶다. 부상이 잦았고, 슬럼프가 많았어도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다”며 웃었다.

-주장도, K리그에서의 도전도 모두 2년차다.

“더 이상 (주장 완장이) 얼떨떨하지 않다. 모두가 나를 믿고 격려해준다. 정말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믿음과 신뢰에 부응해야 한다.”

-팀 구성원으로 느낀 대구는 어떤가.

“우리는 항상 끈끈했고, 지금도 그렇다. 지난해 12월부터 동계훈련을 하며 클래식 복귀 시즌을 대비했다.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도 당당히 버티는 팀이 됐다고 자부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마저 기다리기 어려울 만큼 너무 설렌다.”

대구FC 박태홍.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FC 박태홍.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주변에선 대구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본다.

“우리의 생명은 딱 하나다. 조직이다. 그리고 희생이다. 더욱이 내 포지션은 수비다. 희생이 가장 필요한 역할이다. 클래식과 챌린지의 수준이 바로 수비에서 나온다고 본다. 머릿속에 많은 그림을 그려가며 상대들의 주요 공격 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강등 1순위 후보’라는 평가가 불쾌하진 않나.

“솔직히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다. 대구 멤버들의 이름값이 낮다는 것에서 기인한 평가가 아닌가. 물론 함께 승격한 강원FC가 쟁쟁한 선수들을 수급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구만의 장점이 있다. 어차피 전쟁이다. 긴 전쟁의 작은 전투들을 치열하게 펼치며 생존에 성공하겠다. 기대해도 좋다.”

-지난해 챌린지 무대를 돌이켜봤을 때 어떤 부분을 더 채워야 할까.

“템포 적응이 관건이다. (손현준) 감독님도 누차 강조하시지만, 수비의 작은 실수가 승부를 가른다. 챌린지에선 다소 여유롭게 하던 플레이도 지금은 긴장하며 세심하게 펼쳐야 한다. 빌드-업 속도도 높여야 하고, 몸을 항상 열고 있어야 한다. 몸을 열어야 주변과의 연계 플레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클래식에서의 첫 시즌이다.

“지난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두근거림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차원의 두근거림이다. 긴장도, 불안감도 없다. 빨리 부딪히고 싶다. 내가 클래식에서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 선수인지를 확인하고, 느끼고 싶다. 몸도 마음도 단단히 준비됐다. 몸 상태도 이상 없다.”

박태홍이 몹시 의욕적이다 보니 코칭스태프가 오히려 걱정할 정도다. 프리시즌 연습경기를 치를 때도 중국 슈퍼리그(1부)가 끌어들인 슈퍼스타들과 일부러 더 세게 부딪히는 장면을 자주 보였다. 일부러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대구 손현준 감독은 “좀더 신중히 하자. 위험한 플레이를 최소화하라. 때로는 기다릴 수 있는 여유도 찾아야 한다”고 애정 어린 충고를 한다.

-조직력 외의 팀의 강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정(情)이다. 겨울이적시장에서 변화가 일부 있었지만, 기본 뼈대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변화가 적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지 않았다. 가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팀이 우리라고 자부한다. 한 번 풀리지 않았다고 의기소침하거나 주눅 드는 대구가 아니다.”

-K리그로 향하며 가진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조광래) 사장님이 내게 영입제안을 하시며 ‘대구의 승격을 함께 일구자. 나도 네 꿈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하셨다. 축구화를 처음 신었을 때부터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국가대표다. 클래식에서 생존하고, 나 역시 제 몫을 하면 기대해도 좋지 않겠나.”

● 박태홍은?

▲생년월일=1991년 3월 25일
▲키·몸무게=185cm·77kg
▲포지션=수비수(DF)
▲출신교=부경고∼연세대
▲프로 경력=요코하마FC(일본·2011∼2013년), 요코하마FC 홍콩(홍콩·2013∼2014년), 카탈레 도야마(일본·2014년), 요코하마FC(2015년), 대구FC(2016년∼현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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