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이 전달한 희망의 ‘로렌조 오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일 05시 45분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회 배순태 회장(왼쪽)에게 한독 신사업추진실 장희현 상무가 로렌조 오일을 기부한 뒤 전달식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사진제공|한독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회 배순태 회장(왼쪽)에게 한독 신사업추진실 장희현 상무가 로렌조 오일을 기부한 뒤 전달식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사진제공|한독
희귀병 부신백질이영양증 억제하는 의료용식품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 포함 1800만원 상당 기부

간혹 질환 앞에는 사람의 이름이 붙는다. 대표적인 것이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타자 루 게릭이 이 병으로 사망했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루 게릭병이 됐다. 치매는 최초로 발견한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의의 이름을 땄다. 로렌조 오일 병도 있다.

원래 병 이름은 부신백질이영양증(ALD)이다. 긴사슬지방산이 분해되지 못하고 세포에 쌓이는 병이다. 이 때문에 뇌에 염증이 생기고 시력청력 상실, 전신마비 등의 증상을 동반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 국내에는 약 50여 명의 환자가 있다. 현재까지 부신백질이영양증의 명확한 치료법이 없다. ‘로렌조 오일’이 식이요법으로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긴사슬지방산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에 ‘로렌조 오일’이 붙은 사연이 있다. 부신백질이영양증에 걸린 아들 ‘로렌조’를 살리기 위해 의학지식이 전혀 없던 부모가 천신만고 끝에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직접 개발해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감동스토리는 1992년 할리우드가 영화로 만들었다. 주연배우 수잔 서랜던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닉 놀티가 함께했던 영화의 제목도 ‘로렌조 오일’이었고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였다.

이 희귀병에 걸기면 고가의 식품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독(회장 김영진)이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회에 특수의료용도식품 ‘로렌조 오일’을 전달했다. 한독은 2016년 11월14일부터 2017년 1월까지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회, 행복한재단과 함께 네이버 해피빈에서 ‘로렌조 오일’ 구입비용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한독은 펀딩 금액만큼 매칭그랜트로 ‘로렌조 오일’을 기부하기로 했다.

펀딩에는 총 2441명이 참여했다. 초기 목표액 500만원을 초과해 800만원을 모금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독은 매칭그랜트에 추가로 기부해 펀딩 모금액 포함, 총 1800만원 상당의 ‘로렌조 오일’을 환우회에 전달했다.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회 배순태 회장은 “지난해 ‘로렌조 오일’지원이 끊겨 환우들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환우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로렌조 오일’을 살 때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는데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만이라도 구입비용을 지원받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했다.

배순태 회장은 부신백질이영양증으로 첫째 아들을 잃었다. 둘째 아들까지 같은 병에 걸리자 ‘로렌조 오일’이 국내에 정식 수입되기 전부터 국내에 들여와 둘째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현재 둘째 아들은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지만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다. 배순태 회장은 환우회를 조직해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들을 위해 최신정보 공유와 상담을 해주고 있다. 구입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등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들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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