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특검서 최지성 만나 ‘미전실 수뇌부 전원 사퇴’ 결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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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전략실 해체]58년만에 컨트롤타워 해체 ‘막전막후’

‘그룹’ 경영시대 마감 1959년 고 이병철 회장의 삼성물산 비서실로 출발해 미래전략실로 이어졌던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58년 만에 완전히 해체됐다. 삼성 임직원들이 미전실 해체가 발표된 28일 오후 착잡한 표정으로 삼성 
서초사옥을 나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룹’ 경영시대 마감 1959년 고 이병철 회장의 삼성물산 비서실로 출발해 미래전략실로 이어졌던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58년 만에 완전히 해체됐다. 삼성 임직원들이 미전실 해체가 발표된 28일 오후 착잡한 표정으로 삼성 서초사옥을 나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5번째로 소환된 지난달 26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특검 사무실에서 짧게 만났다. 최 부회장도 당시 특검에 소환됐다. 변호인 입회하에 가진 ‘마지막 만남’에서 두 사람은 미전실의 실·팀장 전원 사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직후부터 미전실 해체를 위한 실무 작업과 각종 후속 쇄신안을 준비해 오던 기류가 주말을 기점으로 확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이 부회장 외에는 미전실 수뇌부 전원 사퇴 등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과거와의 결별 및 쇄신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완벽한 해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미전실 수뇌부는 해체를 앞두고 10개 이상의 쇄신책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체되는 마당에 사장단 인사와 채용, 감사 등 주요 기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계열사에 유산처럼 남겨서는 안 된다”는 내부 지적이 나오면서 이조차 모두 덮었다.

미전실 팀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시각도 28일 정오경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다는 얘기다.

○ 58년 만에 문 닫은 컨트롤타워

미전실은 1959년 고 이병철 회장 시절 설치된 삼성물산 비서실이 토대다. 이후 58년간 총수 직속 조직으로 운영되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동안 미전실은 총수를 보좌하면서 계열사 사장단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했다.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및 대형 인수합병(M&A)부터 사장단 및 임원 인사, 그룹 공채, 계열사 내부 감사,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한 대관 업무 등 굵직굵직한 그룹 현안은 모두 미전실 손을 거쳤다.

막강한 권한만큼 대형 리스크도 많았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본부’로 재편됐지만 8년 만인 2006년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전략기획실’로 축소됐다. 2008년 ‘삼성특검’ 직후에는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전략기획실이 전면 해체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장단 협의체가 일부 기능을 이어받았다. 2년 반 뒤인 2010년 12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사장단 협의체 등 조금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없앴다는 것이 2008년 때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직접 약속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청문회 직전까지도 미전실 해체는 내부에서 확정되지 않았던 이슈”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 본인 의지가 컸다는 의미다.

○ 선단식에서 계열사 중심 경영으로

삼성은 그동안 그룹이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왔다. 앞으로는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바뀐다.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축으로 관련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 사장단 회의와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도 모두 없어진다.

신입사원 공채 역시 계열사별로 필요한 만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룹 차원의 채용 공고가 이날까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반기(1∼6월) 공채부터 계열사별로 진행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는 한날한시에 보지 않으면 문제가 유출될 우려가 있어 이번에는 날짜를 맞춰 치른다”며 “다만 앞으로는 채용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룹 공채가 폐지됨에 따라 삼성의 전체 채용 규모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입사원보다는 경력 채용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채와 더불어 그룹 인사팀의 핵심 업무였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각 계열사에서 알아서 하게 된다. 각 사 이사회에 CEO추천위원회 등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앞으로 이뤄질 삼성 계열사별 사장단 인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변화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사회가 사내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어 사내이사 중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24일 정기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다. 조남성 전 삼성SDI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이익금의 용처는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가족들과 상의해 용처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지분 등으로 구성된 이익금은 2008년 기준 1조 원가량이었지만 현재 3조∼4조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 돈은 이 회장의 재산이어서 지금 당장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법적 검토가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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