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선향 교사의 ‘아하,클래식’]우리 아빠 차 ‘소나타’, 클래식 용어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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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의 형식, 소나타-칸타타

○ 소나타는 자동차, 칸타타는 커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이름이자 서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형식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소나타(sonata)입니다. 소나타는 서양음악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자주 사용하는 악곡 형식입니다.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나타뿐 아니라 포르테(forte·‘세게, 강하게’라는 뜻), 액센트(accent·그 음만 특히 세게) 같은 자동차 이름, 커피 음료 칸타타(cantata·주로 종교적인 성악 극음악), 마에스트로(maestro·거장, 보통 작곡가나 지휘자) 양복, 아르페지오(arpeggio·화음을 한 번에 연주하지 않고 한 음씩 올라가거나 내려가게 연주하는 방법) 이불 등 다양한 상품에 클래식에서 사용되는 형식 또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자동차와 커피가 아닌, ‘○○타’로 이름도 비슷한 소나타와 칸타타는 서양의 음악 형식이라는 점 이외에 또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의 차이

〈그림 1〉시중에 나와 있는 바흐 칸타타 앨범 전집
〈그림 1〉시중에 나와 있는 바흐 칸타타 앨범 전집
먼저 칸타타(cantata)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다’라는 뜻의 ‘cantare’에서 유래했습니다. 오페라, 오라토리오처럼 줄거리가 있는 내용을 가사로 해 아리아, 2중창, 합창 등 몇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로크 시대 대표 성악곡 중의 하나입니다. 바흐(Bach)는 30년 가까이 근무한 라이프치히 교회를 위해 성서 구절이나 설교 내용과 관계있는 칸타타를 매주 발표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곡만도 200곡이 넘습니다. <그림 1>처럼 바흐가 남긴 칸타타 전곡을 다 녹음하면 CD로 두툼한 박스 전집이 된답니다.

〈그림 2〉바흐 커피 칸타타 음반 표지
〈그림 2〉바흐 커피 칸타타 음반 표지
이와 같이 교회에서 종교적인 내용을 가사로 한 칸타타를 ‘교회 칸타타’라고 하며, 세속적인 내용을 가사로 한 칸타타를 ‘세속 칸타타’ 또는 교회가 아닌 곳에서 연주하는 칸타타라는 의미로 ‘실내 칸타타’라고도 합니다. 바흐의 세속 칸타타 중에는 커피를 좋아하는 딸과 커피를 못 마시게 하려는 아버지와의 실랑이를 재미있게 노래한 ‘커피 칸타타<그림 2>’라는 곡도 있는데, 아마 국내 기업에서 이 곡을 알고 커피음료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빈(Wien) 고전파라고 불리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왼쪽부터).
빈(Wien) 고전파라고 불리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왼쪽부터).
바흐와 헨델, 비발디 등이 활동한 바로크 시대(1600년대∼1750년경)는 서양음악에서 성악과 기악이 동등하게 중요해지는 첫 시기입니다. 신(神)을 봉헌하는 내용의 가사가 없는 음악(기악음악)은 인간의 감정에 치우쳐 매우 위험하고 자극적이며 비이성적인 음악이라는 이전의 시각에서 벗어난 것이지요. 성악의 반주 역할만 하던 기악곡이 독립적인 하나의 양식으로 인정받고, 인간의 감성을 순수하게 자극한다 하여 오히려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노래하다’에서 유래한 칸타타처럼, ‘so-nare’(‘악기를 연주하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소나타(sonata)는 기악곡의 대명사처럼, 당시 악기로 연주되는 모든 기악곡을 부르는 명칭이 되었답니다. 그 후로 다양한 기악곡이 생기면서 고전주의 시대(18세기 초기)에 이르러 소나타는 특정한 형식, 특정한 양식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지요.

여기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sonata form)’은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소나타는 오늘날 피아노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 등 보통 한 명 또는 두 명의 독주 연주자를 위한 3개나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기악곡을 가리킵니다.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로 구성된 기악곡의 형식입니다. 피아노 소나타나 바이올린 소나타 같은 곡 제목 자체가 소나타로 되어 있는 곡뿐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나타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symphony),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나타인 협주곡(concerto), 여러 명의 연주자가 다른 선율로 앙상블을 이루는 소나타인 실내악(chamber music) 등의 작품에서 하나의 악장을 구성할 때 사용되는 표준 형식을 가리킵니다.

소나타 형식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고전파 시대에 의해 완성됐습니다. 이 고전파 시대는 서양음악사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시기로, 우리가 서양의 고전음악을 클래식(classic)이라고 부를 수 있게 만든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이 소나타 형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나타 형식의 기본은 앞서 설명한 대로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라고 부르는 세 부분입니다. 제시부는 말 그대로 주제를 제시합니다. 먼저 제1 주제가 나타나는데, 이 주제의 조성은 그 곡 전체의 조성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제2 주제의 조성은 제1 주제의 딸림조(5도 위의 조, 만약 1주제가 다장조면, 2주제는 5도 위인 사장조)이거나 나란한 조(같은 조표를 쓰는 장조와 단조, 만약 1주제가 다장조면, 2주제는 나란한조인 가단조)로 등장하며, 조성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도 대조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발전부는 제시부에서 제시한 2개의 주제와 경과구(제1 주제와 제2 주제의 연결구) 선율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부분으로, 조바꿈도 자주 일어나며 소나타 형식 중 가장 자유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현부는 앞에 나왔던 제시부를 다시 반복하는 부분인데, 제시부와 가장 큰 차이점은 제2 주제의 조성이 바뀌지 않고 제1 주제와 같은 조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같은 조성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제시부에서 대조적으로 등장한 두 주제의 대립도 해소되고 조성을 확립시킵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
#칸타타#클래식#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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