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사드갈등, 경제로 번져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런민일보영자지에 ‘롯데 제재 신중’ 글… 딩강 中런민대 연구원 동아일보 인터뷰

“외교안보 현안에서 양국 관계가 냉각돼도 경제 제재 등을 통해 민생에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중한 관계뿐 아니라 중일 관계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딩강(丁剛) 중국 런민(人民)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고급연구원(62·사진)은 28일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신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서 기자로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한 그는 글로벌타임스 고문도 맡고 있다. 23일 글로벌타임스 기고에서 “중한 양국 경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경제 보복은 중국에 ‘양날의 칼’과 같다. 특히 중국 내 롯데에 보복하면 평범한 (중국)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인터뷰는 런민일보의 영자 자매지 글로벌타임스의 베이징(北京) 본사에서 이날 오전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7일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가 뒷감당을 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일본이 동중국해의 섬 하나를 국유화한다고 했을 때 중국 내부에서는 정랭경열(政冷經熱)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치·안보·외교적으로 마찰이 있어도 경제교류와 협력은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정치·외교·안보·군사 분야에 그쳐야지 경제로까지 파급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가 롯데에 보복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나.

“외교부 대변인이 ‘국가 안전 이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지 경제 보복이나 롯데에 대한 보복을 직접 언급한 건 아니다. 하지만 롯데는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가.

“당국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웨이신(微信·중국판 카톡) 등을 통해 퍼지는 민심의 동향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을 순 없다. 핵·미사일 실험을 해대는 북한에 대한 민심의 악화가 석탄 수입 금지 등 제재 강화에 영향을 미친 것이 한 예다.”

―‘롯데를 타격해야 한다’는 환추시보 사설 등과 상반된 주장을 펴는 이유는 뭔가.

“사설은 민심의 동향을 반영한 신문사 편집진의 의견이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개인적으로 다른 내용을 얼마든지 실을 수 있다. 영자지는 더욱 개방적이다.”

독살된 김정남의 신원 확인과 관련해 중국이 베이징과 마카오에서 보호 중인 김정남 가족을 말레이시아로 보내는 것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중국이 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분명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하면서 “중국은 매우 신중하고 균형 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고려해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런민일보영자지#롯데#사드#중국#제재#런민대#연구원#딩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