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X로 궁지몰린 北, 中에 리길성-말레이에 리동일 동시 파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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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남 암살’ 사태수습 나서

북한이 28일 차관급인 리길성 외무성 부상을 중국에,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말레이시아에 각각 파견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숨진 김정남이 북한 당국에 의해 맹독성 신경독가스 VX로 살해된 정황이 점차 드러나자 말레이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외교적 수습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 부상이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방문했으며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만나 양국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부상을 중국에 보낸 것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제재 강화로 올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 문제와 김정남 시신 확인을 위해 중국이 협조하지 못하도록 하는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5월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9개월 만이다.

또 이날 리동일 전 차석대사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김정남 피살 보름 만이다. 이날 리 전 차석대사는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체류 기간 중 말레이시아 측과 세 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인민(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시민을 석방하는 것,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것”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도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VX를 사용한 김정남 독살 사건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며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석탄 수입 전면 중단과 김정남 피살 사건 등으로 미묘한 시기에 리 부상의 방문을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북한이 외교적 고립감을 벗어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수세에 몰린 북한을 받아들이면서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에는 ‘북한 카드’가 항상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말레이시아 당국은 용의자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 베트남인 도안티흐엉(29)을 1일 살인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파악된 군장비업체 ‘인터내셔널 글로벌 시스템’과 ‘인터내셔널 골든 서비시스’ 등 두 기업의 등록을 말소한다고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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