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손혜원 의원, ‘곰과 호랑이가 싸우는 동영상’ 게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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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치권에서는 난데없이 ‘곰과 호랑이가 싸우는 동영상’을 두고 논란을 벌였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홍보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27일 페이스북에 호랑이와 곰이 싸우는 동영상을 게시한 것이었다. 손 의원은 동영상을 소개하며 “곰 vs 호랑이 그 승자는?”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긴 싸움 끝에 결국 이기고 마는 우직한 이미지의 곰은 승리를 쟁취하는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영상 캡쳐
유튜브 영상 캡쳐
그럼 손 의원이 곰 동영상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이유는 뭘까.

답은 문 전 캠프의 명칭인 ‘더문캠’을 홍보하는 게 목적이었다. “곰을 뒤집으면 문이 된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표의 이미지를 좋게 각인하기 위해 곰을 끌어들였고, 이를 위해 곰과 호랑이가 싸우는 영상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동영상의 출처가 ‘북한’이란 점이다. 북한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평양 중앙동물원의 동물들을 인위적으로 싸우도록 만들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평양 중앙동물원은 2001년 ‘세계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 6곳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손 의원은 이 동영상을 즉각 삭제했다.

하지만 여권은 기회를 놓칠 새라 손 의원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표와 손 의원은 북한 동영상 사용 의도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하는 등 친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지만, 오죽 북한이 친숙했으면 홍보 동영상까지 북한 영상을 가져다 쓰겠느냐는 국민들의 탄성이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측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도 활용된 적이 있는 영상인데 지나치게 문제 삼고 있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적절치 않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북한 영상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굳이 동물들끼리 싸우는 잔혹한 영상을 올렸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논란으로 문 전 대표의 캠프에서는 ‘조심 또 조심’ 분위기가 자연스레 확산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는 사소한 언행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새삼 생겼다”고 전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여의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상준 기자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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