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산업성, 잠금장치 설치해 기자 출입 통제…언론들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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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7일부터 전 사무실에 자동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기자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만든 ‘취재대응 규칙’에 따른 것이다.

규칙에 따르면 취재 요청에는 과장급 이상만 대응할 수 있다. 또 취재는 별도의 회의실에서 이뤄져야 하며, 취재 내용과 답변을 메모할 직원이 동석해야 한다. 취재 내용을 사후에 홍보실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다. 고위공직자들이 집에 찾아온 기자들에게 답변하는 것도 금지된다.

지금까지 자유롭게 사무실을 드나들며 취재를 했던 일본 언론들은 ‘정보를 통제하고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산성 기자단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에게 철회를 요구했지만 “청사관리를 제대로 할 것”이라는 냉담한 반응이 돌아왔다.
재무성 외무성 등이 기밀을 다루는 일부 부서에 한해 출입을 제한한 적은 있지만 특정 부처가 모든 사무실의 문을 잠근 것은 처음이다. 경산성은 “정보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져 행정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론에선 최근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일본공적연금(GPIF)을 활용해 미국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이 누설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교과서 기술을 포함해 일본 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작성 중인 데이비드 케이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반론을 전달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고 산케이신문이 최근 전했다.

케이 보고관은 지난해 4월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교과서에 위안부에 대한 기술이 삭제됐다. 정치적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또 “2차 세계대전 중의 범죄를 어떻게 다룰지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많은 기자들이 정부로부터 압력을 느끼고 있으며 2014년 만들어진 특정비밀보호법도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케이 보고관은 6월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정부는 언론에 압력을 가한 적이 없으며 교과서 검정 및 학습지도요령은 공평한 교육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반론을 최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후 언론자유가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 순위에서 일본은 지난해 72위로 한국(70위)보다 낮았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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