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궁시렁궁시렁] 프리랜서 ‘독주자’ VS ‘직장인’ 오케스트라 단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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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프리랜서와 직장인. 서로의 장단점이 확연히 갈립니다. 클래식 연주자의 세계도 크게는 프리랜서와 직장인으로 나뉩니다. 바로 솔리스트(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단원입니다.

우선 많은 예비 음악인들이 ‘독주자’를 희망합니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은 드뭅니다. 많은 예비 음악인들이 무대에서 홀로 빛나는 독주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독주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독주자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국제 콩쿠르 입상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김선욱·손열음·문지영,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임지영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입상자가 드물어 입상만 해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연주자들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한 해에도 입상자들이 많이 나옵니다. 콩쿠르에 관해서는 연주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렬하게 갈리지만 이름을 알리는데 더없는 관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피아니스트 김선욱

콩쿠르 입상과 국내 외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느냐는 별개입니다. 콩쿠르 특전으로 무대에 오를 기회를 잡는다 해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한다면 몇 년 안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최근 베토벤 소나타 앨범을 낸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전문 독주자로서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콩쿠르 우승을 하고도 사라지는 연주자들이 많아요. 매년 수많은 연주자들이 나오는데 꾸준히 살아남느냐가 연주인들의 화두가 아닌가 싶어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거죠. 불확실성의 연속에서 잘 이겨내야만 해요. 공연이 2~3년 후까지 약속되어 있을 수 있지만 4~5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할 수 없어요.”

독주자로 악기 선택도 중요합니다. 바이올린, 피아노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악기는 독주자도 많습니다. 다만 경쟁은 아주 치열합니다. 클라리넷, 비올라, 트럼펫 등은 앞의 두 악기보다는 희소하지만 독주자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시장 자체도 작습니다. 독일 주립 브라운슈바이크 오케스트라 수석 비올리스트인 김사라는 “비올라로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독주자는 5~6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개념인 오케스트라 단원은 독주자보다 그나마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외국처럼 종신 단원제가 없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매년 테스트를 거치기도 합니다.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 동아일보 DB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 동아일보 DB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입단은 그 기회조차 잡기 힘듭니다. 지난해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입단한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의 이야기입니다.

“원하는 오케스트라에서 자리가 나야 오디션이라도 볼 기회라도 생깁니다. 어떤 자리는 20년 넘게 오디션 공고가 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는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인 연주자에게만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초청장을 보냅니다.”

단원으로서의 활동은 꽤 빡빡합니다.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 솔로로 전향한 플루티스트 최나경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토로했습니다.
플루티스트 최나경. 동아일보 DB
플루티스트 최나경. 동아일보 DB

“유명한 오케스트라일수록 일정이 빡빡해요. 1년 치 일정이 책으로 나와요. 하루에 2~3개의 공연도 할 때가 있어요. 오전과 오후 리허설 음악이 다를 때도 많고, 집에 가면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밤새 연습해야 해요. 1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에요.”

확연히 다른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단원. 그들만의 고충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라는 겁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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