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웅, 오디션 없이 앙상블 발탁… “운이 좋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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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바체바 무용단 입단한 현대무용수 김천웅
세계 최정상급 현대무용단 바체바
2부 격인 앙상블서 활동 후 승격 “넓은 무대서 재미있게 춤추고 싶어”

김천웅은 무용을 공부하느라 중학교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그는 “이렇게 해외 생활을 하게 될 것에 대비해 어렸을 때부터 떨어져 산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김천웅은 무용을 공부하느라 중학교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그는 “이렇게 해외 생활을 하게 될 것에 대비해 어렸을 때부터 떨어져 산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잠깐의 미국 뉴욕 여행이 인생을 바꾸었다.

현대무용수 김천웅(22·한국예술종합학교)은 3월 1일 세계 최고의 현대무용단 중 하나인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에 입단한다. 한국인 최초다. 이 무용단은 1964년 유대인 예술 후원자 바체바 드 로스차일드가 세계적인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을 예술고문으로 세우고 창단했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와 더불어 세계 2대 현대무용단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26일 현지에 머물고 있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운이 좋았다”는 게 그의 첫 말이다. 그는 2015년 1월 여행 중 뉴욕에 머물던 학교 친구를 만나 바체바 무용단의 인텐시브 코스 정보를 얻었다. 바체바 무용단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망설임 없이 일주일짜리 코스를 수강했다.

“코스가 끝난 뒤 바체바 무용단의 부예술감독이 저를 불렀어요. 제게 견습생으로 바체바 앙상블에서 활동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이 앙상블은 17∼22세의 젊은 무용수들이 속한 바체바 무용단의 2부 성격이다. 매년 400∼500명의 무용수가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좋은 기회였지만 그는 ‘노’라고 대답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보수도 못 받는 견습생으로 출발하기는 싫었다. e메일 주소만 건네주고 귀국했다.

“어느 날 공연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메일이 왔어요. 동영상을 보내고 며칠 뒤 이스라엘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견습생이 아니라 앙상블 정단원으로 활동하라고요. 알고 보니 현장 오디션 없이 앙상블에 들어간 무용수는 거의 없었다더군요.”

앙상블에서 활동하던 그는 2년 만에 무용단에 입단하게 됐다. 운이라고 말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앙상블에선 3년 이상 활동할 수 없어요. 1년에 한두 명만 무용단으로 승격하죠. 올해는 저를 포함해 두 명만 무용단에 입단해요.”

그는 5세 때 발레를 시작해 초등학교 2학년 때 현대무용으로 장르를 바꾼 드문 케이스다. 보통은 중고교 이후 현대무용으로 진로를 바꾼다. 어렸을 적 시작한 덕분에 그는 다양한 현대무용을 섭렵했다.

“여러 가지 현대무용을 많이 해본 경험을 무용단에서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하는 태도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는 세계를 무대로 춤을 춘다는 사실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바체바 무용단은 내년 한국 공연도 기획 중이다.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어울리면서 정말 재미있게 춤을 추고 싶어요. 춤은 즐겁게 춰야 하는 것이니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천웅#바체바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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