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관객 모십니다”… 일일찻집 열고 향수 자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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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중장년층 맞춤 마케팅

뮤지컬 ‘보디가드’를 보러 온 중장년층 관객이 다방커피와 꿀생강차를 마시며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 포스터와 당시 신문을 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뮤지컬 ‘보디가드’를 보러 온 중장년층 관객이 다방커피와 꿀생강차를 마시며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 포스터와 당시 신문을 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머, 케빈 코스트너다! 진짜 멋있었는데….”

“엊그제 같은데, 세월 정말 빠르다.”

22일 뮤지컬 ‘보디가드’가 공연 중인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의 객석 2층 로비에서 50대 여성 두 명이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의 포스터와 그해 신문 기사들이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다방커피와 꿀생강차를 무료로 주는 일일찻집이 열리고 있었다. ‘보디가드’ 제작사인 CJ E&M의 박종환 공연홍보팀장은 “50대 이상 관객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행사를 마련했는데 호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5060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공연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 30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 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보디가드’를 보러 온 50대 이상 관객들은 다방커피, 생강차를 마시고 옛 신문을 보며 향수에 젖었다. 고교 동창 8명과 함께 온 송재철 씨(65)는 “오랜만에 생강차를 마시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성당 지인 6명과 온 사공애 씨(57)는 “애들 키우느라 눈 돌릴 틈 없이 살았던 때가 떠오른다”며 미소 지었다.

뮤지컬 ‘오!캐롤’ 광고 영상에서 배우 남경주 씨가 레코드 가게에서 LP판을 꺼내 들고 춤추는 모습. 쇼미디어그룹 제공
뮤지컬 ‘오!캐롤’ 광고 영상에서 배우 남경주 씨가 레코드 가게에서 LP판을 꺼내 들고 춤추는 모습. 쇼미디어그룹 제공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One way ticket’ ‘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추억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오!캐롤’(서울 디큐브아트센터)은 LP판으로 가득 찬 레코드 가게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남경주가 등장하는 영상 광고를 내보내며 향수를 자극한다. 이달 초 1차 공연을 마친 후 28일부터 2차 공연을 시작하는 이 작품은 동창회, 계모임을 하는 관객을 겨냥해 전화로 예매하면 5∼19명은 30%를, 20명 이상은 40%를 각각 할인해 준다. 1차 공연 때는 한정식 프랜차이즈 식당에 공연 안내문을 붙이고 추첨을 통해 관람권을 증정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등의 입구 18곳에 ‘고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의 실화’라는 안내 문구를 쓴 현수막을 달았다. 홍보 담당자는 “50대 이상에서는 오프라인 마케팅과 입소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태료를 낼 각오를 하고 이분들이 자주 다니는 등산로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관계자는 “2014년에 비해 관객이 3배로 늘었고 객석 대부분을 중장년층이 채웠다”며 “올해 말 공연도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신한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의 공연 관람객을 분석한 결과 상위 5%의 ‘큰손’은 30대 초반 여성(8.1%)에 이어 50대 남성(8%)이 뒤를 이었다. 이어 40대 초반 여성(7.8%)과 50대 여성(7.5%) 순이었다. 김현진 예술경영지원센터 정보분석팀장은 “5060세대는 시간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문화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하는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1회 결제 금액도 젊은층보다 많기 때문에 506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일일찻집#보디가드#중장년층 맞춤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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