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증오범죄 하루 10건씩… ‘反난민정서’ 유럽 뒤덮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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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쪽 국경 근처 보첸 지역에 사는 젊은 이민자들은 오후 7시 이후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이 지역 청년 80여 명과 이민 온 청년 20여 명 사이에 패싸움이 벌어진 뒤부터다. 경찰에서 신나치주의자로 분류한 이 지역 청년들은 자전거를 타고 떼로 몰려다니면서 이민자들에게 “외국인들은 나가라”고 소리치며 돌을 던졌다. 이민자 숙소에 들어가 이들을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이민자 숙소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독일 내무부가 의회의 요청에 따라 처음으로 난민을 겨냥한 범죄, 이른바 증오 범죄 관련 통계를 집계해 26일 발표한 결과 지난해에 발생한 증오 범죄는 모두 3533건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0건씩 발생한 셈이다. 어린이 43명을 포함해 560명이 다쳤고 난민 보호소를 직접 공격한 범죄만도 988건에 달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대변인은 “독일이 증오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끔찍한 인종차별적 범죄에 대해 더 강력하게 처벌하고 난민 보호소 주변 위험 요소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의 ‘반(反)난민 정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좌파 정치인 울라 젤프케는 “나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내무부도 “폭력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고국에서 쫓겨나 독일로 온 사람들은 안전한 은신처를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독일 땅을 밟은 난민은 28만 명으로 2015년의 60만 명보다 크게 줄었다. 발칸 지역 국경이 봉쇄되고 유럽연합(EU)과 터키 간 ‘난민 송환 협정’이 체결된 영향도 일부 있지만 무엇보다 독일 내 난민 반대 정서가 커졌기 때문이다. 연립정부의 일원인 기독사민당마저 ‘난민 상한제’ 도입을 요구할 정도다.

증오 범죄는 독일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민자들을 향한 반감이 원동력이 돼 통과된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 이후 영국 내에서도 증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최근 경찰 통계를 확인한 결과 브렉시트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1만4295건의 증오 범죄가 일어났다. 2012년 4월 증오 범죄 건수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 분기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영국 잉글랜드 남부 도싯 지역에선 지난해 7∼9월 증오 범죄가 직전 3개월(4∼6월)보다 2배나 늘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도 직전 3개월보다 27%나 늘어났다. 이 때문에 영국 경찰은 다음 달 EU 탈퇴 절차인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앞두고 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EU 관련 시민단체들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2015년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전년 대비 223%나 급증했다. 이에 대한 극좌 세력의 증오 범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25일 프랑스 낭트에서는 다음 날 이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던 국민전선(FN) 대선 후보 마린 르펜에게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20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경찰관 11명이 다쳤다. 하루 뒤에는 복면을 쓴 시위대가 낭트를 방문한 FN 당원 탑승 버스를 세우고 쇠파이프로 공격하고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증오범죄#반난민정서#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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