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전 번진 ‘강남구 쓰레기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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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시 고발
강남자원회수시설 작년 7월부터 강남구만 정밀검사… 반입 거부
區 “이권 노린 협의체 위원들 횡포”… 市서 새 위원 위촉 미루자 법적 대응

서울 강남구와 강남자원회수시설 간의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고발전’으로 번졌다. 강남구는 27일 “서울시가 자원회수시설 운영을 감독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며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서울시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갈등이 시작된 건 지난해 7월. 강남구에서 매달 배출되는 6000∼7000t의 생활쓰레기는 대부분 가장 가까운 소각장인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에서 처리된다. 이곳에서는 서초구, 송파구 같은 다른 7개 자치구의 생활쓰레기도 처리한다. 그런데 지난해 7월부터 강남구 청소차량에 대해서만 정밀 검사를 하고 의료폐기물, 음식물쓰레기 등이 섞여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폐기물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남구는 55km 떨어진 인천 수도권매립지로 생활쓰레기를 보내고 있다.

반입 거부 결정은 강남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가 내렸다. 대표적 기피시설인 쓰레기소각장은 관련법에 따라 주민들로 구성된 협의체가 쓰레기 반입을 감시하는 등 역할을 맡는다. 강남자원회수시설은 일원동 일대 3000여 가구가 협의체 구성 대상으로, 협의체 위원은 자치규약에 따라 주민 대표들이 간선으로 뽑은 뒤 구의회 의결을 거쳐 서울시가 위촉했다.

강남구는 이권을 노린 협의체 위원들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일부 위원이 10년 넘게 자리에 있으면서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현섭 강남구 청소행정과장은 “구에서 발주한 재활용시설 사업에 전 협의체 위원장이 대표인 업체가 입찰했다 떨어져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가 지목한 전 위원장은 2003년 3월∼2015년 2월 네 차례 위원을 지냈던 김모 씨로 알려졌다. 김 씨는 ‘C자원’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용산구, 송파구 등의 재활용품 선별사업 용역을 맡고 있다. 이 회사 지분을 가진 또 다른 위원 이모 씨도 자신의 업체를 통해 8개 자치구 쓰레기봉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그러나 이들은 강남자원회수시설 위원직과는 상관없는 기업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김 씨는 “C자원 대표는 2015년 2월 협의체 위원장에서 물러난 뒤에 맡아 아무 상관이 없다. 엄연히 조달청 입찰을 통해 사업을 수주했다”며 “쓰레기봉지 사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이달 임기가 끝나는 협의체 위원 교체를 위해 지난해 말 추천 대상자를 공개 모집해 15일 강남구의회 의결을 거쳤다. 하지만 기존 주민지원협의체가 “자치규약에 의거하지 않은 관선위원 위촉은 불법”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시가 이를 고려해 새 위원 위촉을 유보하자 강남구가 직접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최홍식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서울시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려울 정도”라며 “법원의 인용 여부와 법리를 살펴보고 새 위원 위촉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강남구#쓰레기#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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