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걱정 말고 탈북하라며 200달러 쥐여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北수학영재 이정열 탈북기 공개

지난해 7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다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해 한국에 온 이정열 군(19)은 오랫동안 자유를 꿈꾸다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 군의 탈출 과정 등을 자세히 전했다. 이 군이 정한 D데이는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이튿날인 7월 17일. 당시 북측은 탈북 가능성을 우려해 여권을 빼앗고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대회 참가자들을 감시 중이었다. 이 군은 주룽(九龍) 반도의 홍콩과기대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와 무작정 택시를 타고 란터우 섬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이 군은 한국 국적 항공사 직원에게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고, 직원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외교관이 다른 국가 국민을 외교 공관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다며 직접 택시를 타고 오도록 했다. 이 군은 공항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홍콩 섬 애드미럴티(金鐘) 파이스트 파이낸스센터에 도착해 이 건물 5층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 군은 총영사관에서 70일가량 머물다 9월 24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군은 홍콩 대회 참가를 위해 북한을 떠나기 전 중학교 수학 교사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탈출 계획을 먼저 털어놨다. 이 군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미화 200달러를 손에 쥐여주며 “걱정하지 말고 가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 군은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과 2015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수학올림피아드에도 참가해 모두 은메달을 땄다. 그는 두 대회를 참가하면서 외부 세계를 접하고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됐다. 그의 집 TV를 통해서도 한국의 단편적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군이 홍콩 대회 참가를 탈북의 기회로 삼은 것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이어서 외국에서 탈북을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이 군은 다음 달 국내의 한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수학영재#이정열#탈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