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태극기가 아닌데…” 복병 만난 ‘3·1절 태극기 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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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캠페인에 ‘탄핵반대’ 오해… 지자체들 “매년 하던 행사 어쩌나”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길가 화단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태극기 바람개비가 늘어서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길가 화단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태극기 바람개비가 늘어서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위하는 건가?”

3·1절을 앞두고 ‘태극기 달기 운동’에 애를 쓰고 있는 서울 시내 일부 자치구는 뜻하지 않은 고민에 맞닥뜨렸다.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류스타거리에서 태극기 퍼레이드와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이던 신호진 청담동장(56)은 차를 타고 가던 일부 시민의 ‘시선’을 느꼈다. 이날 청담주민센터는 3·1절을 앞두고 2시간에 걸쳐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주민 대표와 학생, 공무원 등 200여 명이 참여해 3·1절 만세운동을 재현했고, 우당 이회영 선생의 일제 항거사를 주제로 ‘태극기 날아오르다’라는 짧은 공연도 펼쳤다.

그런데 공연과 캠페인에서 태극기를 온몸에 두르거나 양손에 쥐고 흔들면서 대로변을 걷다가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참가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 것. 구청이 나서서 태극기 운동을 하는 ‘의미’를 물어보는 주민도 있었다고 한다.

2000년대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이 10%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서울 구청장 중에는 태극기 게양 확산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경우도 있었다. 강남구는 2011년부터 동 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 주고 건축사협회의 지원으로 게양대도 설치해 줬다. 일부 아파트는 시범단지로 정해 적극 홍보에 나선 결과 태극기 게양률이 85%에 이르는 성과도 나왔다. 신용우 강남구태극기사랑추진위원회장(68)은 “3·1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가 꽂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애국지사 묘와 독립운동 관련 유적지가 곳곳에 있는 강북구는 평소에도 거리에서 태극기를 볼 수 있다. 올해 98주년을 맞는 3·1절에는 우이동 봉황각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할 예정이다. 3·1운동 당시의 복장을 한 자원봉사 학생 800여 명이 선두에 서고 시민들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봉황각까지 2km가량 거리 행진을 할 계획이다.

이처럼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항상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주민센터에는 “왜 아침 9시에 방송으로 ‘태극기를 걸자’며 시끄럽게 하느냐”는 민원도 종종 들어온다. 탄핵 관련된 집회에서 태극기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복회는 27일 탄핵 반대 집회에 태극기가 동원되고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이 헌법재판소에서 태극기를 펼치는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태극기가 동원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 리본을 태극 문양 위에 그려 넣는 것 등은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손효주 기자
#삼일절#태극기#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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