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상겸]공수처 신설보다 정치개혁이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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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최근 국회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도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 신설’과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검찰이 정치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력은 정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검찰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자기반성과 개혁 없이는 검찰 개혁이 성공하기 어렵다. 또 다른 권력기관을 신설하여 검찰을 견제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논리다.

현재 발의된 공수처 법안을 보면 국회에서 선출된 공수처장을 수장으로 하는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있다. 더구나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30명의 요구만 있으면 공수처가 수사를 개시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수사가 국회에 의해 좌지우지될 여지도 있다.

정치권은 지금 검찰의 문제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안에 의한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게 되고,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수사권을 전속적으로 행사하며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는다.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하면서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부여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치권에서 법제화하려는 공수처는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 기관이지만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를 단수로 추천함으로써 국회 다수당이 부패범죄 수사기구를 장악할 수 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적 행사를 통제하는 것이다. 그 통제는 권력기관이 갖고 있는 권한의 총량을 줄임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검찰권을 나누어 공수처와 같은 새로운 권력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권력기관의 권한 총량을 늘이는 것으로 오히려 지양해야 한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공수처의 신설은 또 다른 정치적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실질적이고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정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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