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서 고흥까지…남해안 483km 해안관광도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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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 주(州)는 길이 339㎞에 이르는 지중해 해안도로로 유명하다. ‘태양의 해안(Costa del Sol)’으로 통하는 이 곳에는 연간 약 18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덕분에 안달루시아 관광산업 매출의 35%를 차지할 만큼 지역 경제에 끼치는 효과가 크다.

정부가 27일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전남 고흥군과 경남 거제시를 잇는 남해안 광역 관광루트 개발 계획을 제시한 것은 조선업 불황 등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관광산업을 통해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서울(78.7%)과 제주(18.3%)에 쏠린 외국인 관광객을 분산시킬 한국의 대표 관광 브랜드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 거제에서 고흥까지…483㎞ ‘쪽빛너울길’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관광객이 오래 머무는 ‘체류형 관광’ 코스를 개발하는 데 있다. 코스에 포함된 경남 통영시와 전남 여수시는 이미 국내에선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인근 지역에 이동하기에 교통이 불편하거나 연계 상품이 부족해 한 곳만 머물다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이 코스에서 도로가 끊긴 4곳은 다리를 놓아 총 길이 483㎞의 가칭 ‘쪽빛너울길’을 조성한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노르웨이의 국립관광도로(2059㎞)처럼 바다와 어촌마을, 예술작품 등을 즐기는 테마형 관광 코스를 만든다. 한려수도와 여러 섬을 잇는 크루즈와 항공투어를 함께 활성화해서 다양한 볼거리를 조성한다.

여기엔 도시재생의 뜻도 담겼다. 통영과 거제, 경남 하동군 등에는 조선소가 문을 닫거나 건설 계획이 무산된 곳이 많다. 인구 고령화로 폐교도 늘고 있다. 정부는 이 터를 숙박 시설 등 관광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업 쇠퇴 후 대형 크레인이 있던 자리에 주상복합건물을 세우고 스타트업 중심 도시로 탈바꿈한 스웨덴 말뫼가 좋은 예다.

하지만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특정 관광 상품이 인기를 끌면 지자체마다 따라하기에 급급해 지역의 특색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0년 시작된 ‘남해안 선벨트’ 사업 이후 해안에는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민간 참여와 예산 부족으로 뚜렷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박승기 국토교통부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발전기획단 국장은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각 시군별로 특색 있는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건축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경관 훼손을 방지 하겠다”고 말했다.
● 친환경차 인프라 확충…마트서 수제맥주 판매

이번 대책에는 국립공원 등 산악지역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내용도 담겼다. 케이블카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에만 인·허가 서류를 제출하게 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구축된다. 지금까지는 지자체와 관계부처로부터 각각 허가를 받아야 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도시 주변의 산림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북한산 등의 국립공원에 야영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친환경차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전기차 충전소를 갖춘 복합휴게소 200곳을 조성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2020년까지 최대 50% 할인하는 방안도 올해 3분기(7~9월)에 발표한다.

수제맥주 등 소규모 사업자가 만든 맥주를 할인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게 관련 규제를 풀고,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위한 공공실버주택을 2022년까지 5000채 공급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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