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탈북한 18세 수학영재 리정열, 한국 영사관까지 어떻게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16시 16분


코멘트
지난해 7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다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한국에 온 리정열(19) 군은 오랫동안 자유를 꿈꾸다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리 군의 탈출 과정 등을 자세히 전했다. 리 군이 정한 D데이는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이튿날인 7월 17일. 당시 북측은 탈북 가능성을 우려해 여권을 빼앗고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대회 참가자들을 감시 중이었다. 리 군은 까오룽(九龍)반도 홍콩과기대 기숙사를 몰래 빠져 나와 무작정 택시를 타고 란터우섬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리 군은 한국 국적 항공사 직원에게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고, 직원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외교관이 다른 국가 국민을 외교 공관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안 된다며 직접 택시를 타고 오도록 했다. 리 군은 공항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 극동파이낸스센터에 도착해 이 건물 5층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리 군은 총영사관에서 70일가량 머물다 9월 24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 군은 홍콩 대회 참가를 위해 북한을 떠나기 전 중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탈출 계획을 먼저 털어놨다. 리 군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미화 200달러를 손에 쥐여주며 “걱정하지 말고 가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리 군은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과 2015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수학올림피아드에도 참가해 모두 은메달을 땄다. 그는 두 대회를 참가하면서 외부 세계를 접하고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됐다. 그의 집 TV에서도 한국의 생활에 대한 단편적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리 군이 홍콩 대회 참가를 탈북의 기회로 삼은 것은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이어서 외국에서 탈북을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리 군은 다음 달 국내의 한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리 군은 1997년 7월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처음으로 홍콩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됐다. 홍콩 반환 전에는 1996년 12월 김경호 씨 일가족 17명 등 적지 않은 북한인들이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