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계열사 한진해운에 채권 투자로 130억 날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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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산으로 130억 원의 학교기금을 날린 인하대. 학교기금을 원금을 날릴 수 있는 계열사 채권에 투자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한진해운 파산으로 130억 원의 학교기금을 날린 인하대. 학교기금을 원금을 날릴 수 있는 계열사 채권에 투자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하대가 한진해운 파산으로 학교기금 130억 원의 손실을 봤다.

한진해운 공모사채(회사채)에 투자한 학교기금이 휴지조각으로 된 것이다. 한진해운이 경영 악화로 한진그룹(회장 조양호)에 경영권을 넘긴 2014년 이후 학교기금이 집중 투자된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투자였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인하대에 따르면 교육시설 확충과 학생복지 등에 써야 할 대학발전기금 130억 원을 들여 한진해운 채권을 구입했다. 전임 총장 시절인 2012년 7월, 50억 원의 채권 투자를 했다. 이어 최순자 현 총장 취임 직후인 2015년 6, 7월 각각 30억 원과 50억 원을 투자해 8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복수의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해운업계 불황이 찾아왔고 한진해운을 경영하던 최은영 한진그룹홀딩스 회장이 2014년 경영 악화로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시점 이후 매입한 채권에 대해서는 문제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하대가 80억 원을 매입한 2015년 6, 7월은 국내 해운·조선·철강 산업의 전망이 어두울 때여서 한진해운 채권 매입은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영해야 할 대학의 투자처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5년 6, 7월 당시 한진해운 회사채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130억 원의 학교기금이 손실 처리되면서 인하대가 송도캠퍼스 조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채권 손실을 예상해서 인하대가 당초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계약한 면적보다 작은 면적만 매입하겠다고 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인하대의 적립 기금 1141억 원 가운데 연구·장학·퇴직기금 등을 뺀 순수 가용재원은 발전기금 500억 원, 건축기금 190억 원을 합쳐 약 690억 원이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손실이 난 발전기금 130억 원을 빼면 560억 원가량이 남는다. 송도국제도시 새 캠퍼스 부지(22만4000㎡) 잔금 600억 원을 치르기도 어려운 셈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하대가 당초 매매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전체 용지가액의 10%인 107억 원의 위약금을 물고 땅을 반납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인하대가 주장하는 부분매입을 일축했다.

최순자 총장은 27일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 구성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최 총장은 이날 “대학 운영을 책임진 총장으로서 이 사실을 인하대 모든 구성원께 알려드리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사과드린다”며 “대학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원칙을 준수해 왔음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한진해운 파산으로 손실이 초래된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학재정 건실화를 위한 모든 활동에 전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인하대 첫 여성 총장인 최 총장은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프라임(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과 에이스(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 사업에 잇달아 탈락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취임 초기 자신이 임명한 부총장 2명과 대외협력처장, 정석학술관장이 잇달아 일방적 학교운영에 반발해 사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최 총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상을 공대학장도 총장과의 갈등으로 사퇴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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