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운 박병호, 실력 나오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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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보스턴전 대형 홈런 폭발 이틀간 3안타 모두 빠른 공 받아쳐
SF 황재균도 컵스전 3점 대포 신고

맞으면 홈런이었다. 하지만 공이 좀처럼 방망이에 잘 맞지 않는 게 문제였다. 결국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부진했던 ‘한국산 거포’ 박병호(31·미네소타)가 확연히 달라졌다. 2차례의 시범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뜨거운(hot) 선수’라고 표현될 정도다.

박병호는 26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시범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장쾌한 홈런을 쏘아 올렸다. 0-2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왼손 선발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낮은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2-2로 팽팽하던 3회초 1사 만루에서는 우완 타일러 손버그를 상대로 1타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시범경기 첫날인 25일 보스턴전에서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던 박병호는 이틀간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과도 같다. 지난해 부진 탓에 박병호는 이달 초 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인 박병호는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박병호는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진 실력만 아낌없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도 “기술적으로는 지난해와 같아 보인다. 마음가짐에서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빠른 공에 대한 대처다. 지난해 시속 150km 이상의 빠른 공에 고전했지만 올해 2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친 3안타는 모두 빠른 공을 공략해서 나왔다. 26일 3번째 타석에서 우완 조 켈리를 상대로 3루 땅볼로 물러난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황재균(30)은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미국 진출 후 첫 홈런을 터뜨렸다. 6회초 대수비로 출전한 황재균은 4-3으로 앞선 6회말 공격 무사 1, 3루에서 짐 헨더슨의 직구를 밀어 쳐 3점 홈런을 터뜨린 뒤 7회 다시 교체됐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마이애미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말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 동안 홈런 2개 등 3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병호#황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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