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출전 ‘김연아 키드’ 연아 이을 선두주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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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자 싱글 첫 우승 최다빈… 선배 박소연 부상으로 기회 잡아
2월 초 4대륙선수권 5위 이어 자신 기록 5점 넘게 끌어올려
3월 세계선수권서 평창행 도전

최다빈이 26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링크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폐회식 갈라쇼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이날 갈라쇼에는 피겨스케이팅 각 부문 우승자들이 출연했다.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 등 링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두번째 사진은 25일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다빈. 삿포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최다빈이 26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 링크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폐회식 갈라쇼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이날 갈라쇼에는 피겨스케이팅 각 부문 우승자들이 출연했다.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 등 링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두번째 사진은 25일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다빈. 삿포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금메달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걸까.

25일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획득한 최다빈(17·군포 수리고)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다. 참가자 24명 중 쇼트프로그램 점수가 가장 좋아 맨 마지막 순번에 나서게 된 최다빈은 보통 선수 대기실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지만 이날은 달랐다. 9번째로 태국 선수가 연기에 나설 무렵 최다빈은 이은희 코치와 마코마나이 실내 링크 3층 기자석으로 올라갔다. 당시 취재진들은 대부분 경기장 밖에 임시로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모니터로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에 아무도 없었다.

최다빈은 기자석 뒤 공간에서 점퍼를 벗고 1층 경기장을 힐끔힐끔 내려다보고는 눈을 감고 연기 연습에 몰두했다. 1층과 거리가 있어서 앞 선수들의 연기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최다빈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3층이면 경기 때 연기를 해야 할 라인과 점프 지점을 한눈에 보고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 올라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는 컸다. 최다빈은 이 코치가 찍어준 지점에서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루프를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승부의 최대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첫 점프에 성공하면서 최다빈은 두려움 없이 자신 있게 후속 연기를 풀어갔다. 최다빈은 “머릿속에서 그린 대로 연기가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 그동안 제가 딴 메달을 정리할 건데 가장 가운데에 삿포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놓겠다”며 기뻐했다.

이달 초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182.41점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며 5위에 올랐던 최다빈은 이날 다시 5점 이상을 끌어올리며 187.54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다빈의 점수에 놀란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들은 아시아경기 점수가 ISU에 공인을 받을 수 있는 건지 관련 규정을 찾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아쉽게도 아시아경기는 ISU 공인 대회가 아니라 최다빈이 마음속에만 간직해야 할 최고점이 됐다. 최다빈은 “그동안 연습 때는 잘되던 점프가 실전에서 안 돼 속상했는데 요즘 실전에서 점프 실수를 줄이면서 점수가 좋아지고 있다”며 190점대를 기약했다.

최다빈은 금메달 소감에 앞서 선배 박소연(20·단국대)과 ‘절친’ 김나현(17·경기 과천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당초 대한체육회가 대회 직전 취재진들에게 제공한 아시아경기 편람에는 최다빈의 이름이 없었다. 하지만 박소연의 부상으로 대회 엔트리 마감 직전 최다빈에게 출전 기회가 왔다. 최다빈은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부상 중인 김나현을 대신해 나가는 ‘행운’을 잡았다.

5세 때 피겨를 시작한 최다빈은 ‘우상’ 김연아를 보며 꿈을 키운 ‘김연아 키즈’다. 그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김연아의 뒤를 이을 한국 피겨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김연아 키드#최다빈#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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