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전북 이용-김신욱 3년만에 만난 ‘영혼의 단짝’…전북 2관왕 의기투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7일 05시 45분


과거 울산의 ‘철퇴축구’를 공유한 ‘영혼의 단짝’이 뭉쳤다. 새 시즌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김신욱(오른쪽)과 이용이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과거 울산의 ‘철퇴축구’를 공유한 ‘영혼의 단짝’이 뭉쳤다. 새 시즌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김신욱(오른쪽)과 이용이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전북서 재회 이용-김신욱

신욱 크로스 좋은 형 왔으니 팀 달라질거야
이용 일단 몸 상태 회복하고 선의 경쟁부터
신욱 올핸 대표팀에서도 죽기살기로 뛸거야
이용 아, 아쉬운 대표팀…기필코 다시 가야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는 곧 다가올 새 시즌에도 변함없는 우승 후보다. 조정은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두터운 전력을 갖췄고, 의지도 강하다. 잠시 미뤄둔 ‘무패 우승’과 ‘더블(2관왕·정규리그 & FA컵) 달성’ 등 이뤄야 할 과제가 많다.

유쾌한 시즌을 예감하는 이유는 전략 옵션의 다양성에 있다. 그 중에서도 한층 강력해진 측면이 최강희(58) 감독을 흐뭇하게 한다. 중원과 후방 측면을 든든히 책임질 이들이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은 국가대표 수비수 이용(31)의 존재감은 아주 뚜렷하다. 최 감독은 오래 전부터 이용 영입을 희망했고, 올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 현실화됐다. 날카로움과 정확도를 동시 장착한 양질의 크로스는 이미 강력한 전북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전망이다. 장신(197.5cm) 골잡이 김신욱(29)의 웃음은 더욱 커진다. 그는 울산 시절, 이용과 함께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는 등 숱하게 많은 유쾌한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동아는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울산의 영예를 일군 콤비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둘은 “그냥 눈빛만 봐도 통한다. 볼이 오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플레이를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울산에서의) 철퇴축구’가 ‘닥공’으로 바뀌면 시너지가 어떻게 나올지 우리도 궁금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화체 형식으로 둘과의 시종 유쾌했던 만남을 풀어봤다.

울산 시절 김신욱-이용. 사진|스포츠동아DB·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시절 김신욱-이용. 사진|스포츠동아DB·한국프로축구연맹

● 재회

정확히 3년 만의 재회다. 김호곤 전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지도 속에 2014년까지 울산문수경기장을 누빈 둘은 이용이 상주상무에서 군 복무를 시작하면서 헤어졌다. ‘영혼의 단짝’을 잃어버린 김신욱도, 울산도 예전의 강력한 위상을 잃어버렸다. 이용이 전역한 지난시즌을 앞두고 김신욱은 전북으로 향했다.

▲김신욱(동생)=“형, 이게 정말 얼마만이야. (최강희) 감독님이 형을 데려오고 싶어 하신다는 이야기를 지난해 접해서 기대는 했는데, 솔직히 설마 했었지. 일단 득점 찬스가 10∼20개 정도는 불어났다고 보면 될까?”

▲이용(형)=“아이고, 말도 마라. 아직 (사타구니 부상에서) 회복하고 있는 단계니까 일단 뛸 수 있는 몸 상태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지. 출중한 동료들과도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고.”

동생=“우리 전북이 강하게 상대와 부딪히고 이겨내는 플레이를 주로 했는데, 이제는 기교를 통한 축구도 기대되고 있어. ‘크로스’라는 탁월한 공격 옵션이 추가됐잖아. 요즘 유럽축구를 보면 크로스의 빈도가 높은 팀이 승리를 챙기는 경우가 많은데, 전북이 딱 그런 패턴으로 가지 않겠어?”

▲형=“네가 있다보니 정말 편한 마음이야. 네 스타일도 잘 알고 있고. 큰 신장에 볼 컨트롤도 좋으니까. 정말 볼을 연결해줄 곳이 없을 때 네 큰 머리와 가슴으로 찍어주면 되잖아.”

▲동생=“아마 기존의 패턴을 조금씩 개조하면서 새로운 색을 입힐 시즌 초반부를 잘 이겨낼 수 있다면 전북은 예전보다 훨씬 강력한 거인이 될 거야. 지난해는 시즌 초부터 치고 올라갔지만 올해는 중·후반부로 흐를수록 더욱 좋아질 것 같아.”

● 철퇴 & 닥공

▲형=“우리가 울산에서 ‘선 수비-후 역습’의 완성판을 증명했잖아. K리그에서도 출중한 결실을 맺은 ‘철퇴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결과로 보였고. 정말 그 때는 환상적이었지. 상황도, 스타일도 다르긴 해도 올해도 그럴 수 있지 않겠어?”

▲동생=“뒷문을 단단히 단속하는 축구가 그렇게 멋지다는 걸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지. 득점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항상 마음이 든든했다니까. 나를 포함한 공격수들이 골을 넣지 못해도 수비가 워낙 강력하니 적어도 승점 1은 가져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전북의 ‘닥공’과 당시 울산의 ‘철퇴’가 겨루면 정말 누가 이길까.”

▲형=“일단 난 노코멘트. 솔직히 축구에 정답도 없지 않아? 워낙 플레이 패턴이 다르니까 궁금하긴 해. 수비만 보면 울산의 점수가 높지만 교체카드를 보면 전북도 대단하지.”

국가대표 당시 김신욱-이용(오른쪽). 스포츠동아DB
국가대표 당시 김신욱-이용(오른쪽). 스포츠동아DB

● 2017시즌 & 국가대표

▲동생=“우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은 많이 아쉽지만 이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 한 템포 쉬어가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여유도 찾아가면서 긴 시즌을 보낼 수 있다고 좋은 쪽만 바라보고 있어.”

▲형=“맞아. 출전불발 소식을 접한 뒤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어. 오히려 아직 이뤄보지 못한 2개의 트로피에 도전할 수 있잖아. 특히 (포항 스틸러스에 최종전에서 무너진) 2013시즌 K리그를 생각하면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니까.”

▲동생=“그러게. 우리가 아시아를 제패했어도 정작 국내를 평정한 적이 없구나. 이번에는 꼭 2관왕에 올라야지. 그 느낌이 어떨까.”

▲형=“전북은 점점 완벽해질 거야. 좋은 코칭스태프와 최상의 선수단, 완벽한 환경 속에서의 단단한 팀 분위기, 여기에 ‘우승 DNA‘까지 있으니. 지난해 탈장 부상으로 1년을 거의 통째로 쉬었는데, 지금은 통증이 없어. 다만 운동량을 조절하면서 몸을 부지런히 만들고 있으니 기대하라고.”

▲동생=“전북은 주변으로부터 질투와 시기를 많이 받는데, 그래서 선수단이 똘똘 뭉치게 되는 경향이 있어. 당연히 잘하니까 적도 많지. 모두가 경계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너무 아쉽잖아. 정말 올해는 중요하지. 전북은 물론이고, 역할이 분명해진 국가대표팀에서 역량도 발휘해야 하니까. 우승 트로피를 놓치는 전북 못지않게 2018러시아월드컵에 대표팀이 못 나가는 건 상상도 못해.”

▲형=“아, 대표팀…. 나도 아쉽다. 꾸준히 기회를 잡았어야 했는데, 군 복무에 부상 등으로 제 몫을 못했잖아. 전북에서 묵묵히 잘하고 있으면 대표팀에서도 언젠가 다시 불러줄 것이라고 믿어. 올해 제대로 붙어보자고.”

● 이용

▲생년월일=1986년 12월 24일
▲키·몸무게=180cm·75kg
▲포지션=수비수(DF)
▲출신교=영등포고∼중앙대
▲프로 경력=울산현대(2010∼2016·상주상무 포함), 전북현대(2016년 12월∼현재)
▲국가대표 경력=2014브라질월드컵

● 김신욱

▲생년월일=1988년 4월 14일
▲키·몸무게=197.5cm·96kg
▲포지션=공격수(FW)
▲출신교=과천고∼중앙대
▲프로 경력=울산현대(2009∼2015), 전북현대(2016년 2월∼현재)
▲국가대표 경력=2014브라질월드컵, 2014인천아시안게임(금메달)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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