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라니에리 경질 쇼크…분노한 영국 축구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7일 05시 45분


레스터 시티를 떠나는 라니에리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레스터 시티를 떠나는 라니에리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무리뉴 “내 우승 3회보다 더 큰 업적” 간접비난
레스터 선수들 ‘감독 경질 요구설’ 해명에 진땀


지난 주말, 영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시티의 이야기로 들썩였다. 2015∼2016시즌 ‘만년 약체’ 레스터시티를 기적의 우승으로 이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6) 감독의 경질 소식이 화두였다. 그는 24일(한국시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전격 경질됐다. 레스터시티 구단주인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는 “클럽을 인수하고 7년이 흘렀는데, 이번이 가장 어려웠던 결정”이라며 “마음이 매우 무거웠으나 클럽의 미래를 돌보고 책임질 의무가 내게 있다”고 설명했다.

팀이 챔피언십(2부리그) 강등 위기에 놓여있고, 올 들어 승수를 쌓지 못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해임 자체가 사실 특별할 수는 없다. 그런데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시티에 있어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뚜렷한 열세에도 포기하지 않고 굴하지 않으며 동화와 같은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충격은 더 없이 컸다. 클럽의 공식발표가 나온 뒤 라니에리 감독은 “나의 꿈도 함께 끝났다. 지난 시즌 우승 후 내 목표는 레스터시티와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충분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의 모험은 정말 대단했고,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경질발표 후 영국 런던의 자택 주변에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들었다. 일부는 꽃과 선물 등으로 나름의 감사함을 전했고, 영국공영방송 BBC의 기자 2명은 진심이 담긴 편지를 직접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라니에리 감독은 둘을 집안까지 들여 커피 한 잔을 나눴다.

레스터시티 선수 출신으로 BBC의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인 ‘매치오브더데이’ 진행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게리 리네커는 “(경질) 뉴스를 접하고 눈물이 났다. 지난 시즌은 다시 찾아올 수 없는 경험이다. 이번 결정은 의리도 없고, 감사함도 모르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말 충격 그 자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라니에리 감독의 모국인 이탈리아도 들끓고 있다. 유력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1면에 ‘Inglesi Ingrati(고마움 외면한 영국인)’이라는 헤드라인을 크게 뽑으며 잉글랜드 축구계와 레스터시티를 간접 비난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도 라니에리에 대해 “내가 경험한 리그 우승 3회보다 지난해 라니에리 감독이 일군 업적이 훨씬 대단했다”라며 “레스터시티 홈구장을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레스터시티 선수단은 이번 시즌 내내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내 견해는 내가 지금 입은 셔츠에 적혀있다”고 말했다. 무리뉴 감독의 셔츠에는 클라우디우 라니에리의 이니셜인 ‘CR’가 새겨져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퍼져나간 루머 또한 모두를 분노케 했다. 웨스 모건, 제이미 바디, 카스퍼 슈마이켈 등 우승 주역들이 클럽 운영진에게 라니에리 감독 경질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주요 골자였다. 이에 바디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우리에 대한 소문은 모두 거짓이고 큰 상처가 됐다. 나는 라니에리를 항상 존경한다. 모두가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라니에리는 나를 믿어줬고 평생 고마워할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마저도 ‘거짓’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런던 | 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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