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한식 10선’ 평창올림픽 외국손님 사로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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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재단 윤숙자 이사장, 단품으로 구성된 개량 한식 보급
내달부터 평창, 정선, 강릉 우수 한식당 상대로 순회 교육


한식 세계화를 지휘하고 있는 한식재단 윤숙자 이사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식 세계화를 지휘하고 있는 한식재단 윤숙자 이사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식만큼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또 있을까.

한식 알리기의 최전선에서 한식 세계화를 지휘하고 있는 한식재단 윤숙자 이사장(69)의 활약상은 음식으로 치면 사찰음식 같다. 담백하고 정갈하다. 공양간 뒤에 묻어 둔 삭은 김치처럼 깊은 맛도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스님들이 발우공양(鉢盂供養)하듯 고집스레 한식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모던불고기
모던불고기


그런 그가 이번엔 개량 한식 보급에 나섰다. 그렇다고 해서 국적 불명의 퓨전 음식을 만든 건 아니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맞춰 외국 손님들에게 한식의 맛을 오롯이 살린 밥상을 차려 드리기 위해 다시 앞치마를 둘렀다.

“전문가들이 뽑은 한식 100개 중에서 20개를 추렸고, 거기서 다시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10개를 정선했어요. 그게 바로 한식 10선입니다.”

그래서인지 한식 10선은 한눈에 한국 음식임을 알 수 있지만 뭔가 다르다. 접시를 2층, 3층으로 쌓아 올리는 한정식 상차림과 달리 단품만으로도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롤삼계탕


“삼계탕을 먹으려면 계속해서 뼈를 발라내야 하잖아요. 외국인들에겐 좀 불편하죠. 그래서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내놓지 않고 살을 포로 뜬 뒤 찹쌀, 인삼을 넣고 둘둘 말아 봤어요. 한입에 들어갈 수 있게요” 이렇게 해서 나온 게 롤삼계탕(Rolled Chicken Soup)이다.

한식 10선은 주식류, 부식류, 후식류로 나뉜다. 주식에는 황태구이덮밥, 메밀감자비빔밥, 버섯옥수수죽, 부식은 간편잡채, 모던불고기, 단군신화전, 롤삼계탕, 영양한우떡갈비탕, 트리플백김치, 후식으로는 구슬떡이 있다.

단군신화전
단군신화전


단군신화전은 이름이 재밌다. 배추김치와 마늘, 쇠고기를 양념해 한입 크기로 싸서 노릇하게 지진 음식인데,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단군신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음식은 본래 맛으로 먹지만 스토리로도 먹는다.

출발이 좋다. 윤 이사장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마드리드 퓨전 2017’에서 직접 한식 10선을 만들어 내놨다. 외국인 셰프들이 맛을 보곤 “어메이징!(놀랍다)”을 연발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해외) 관광객도 쉽게 먹을 수 있다”고 썼다.

간편잡채


한식재단은 10선 보급을 위해 해외한식당협의체 등에 레시피를 제공할 계획이다. 10월에는 뉴욕와인앤푸드페스티벌에 참가해 평창 올림픽에 앞서 음식 올림픽을 벌여 볼 계획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 손님들이 쉽게 10선을 접할 수 있게 다음 달부터 강원 평창, 정선, 강릉의 우수 한식당을 상대로 순회 교육도 실시한다. 10선은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한식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영감을 불어넣는 기회도 될 것 같다.

윤 이사장은 한식이 일본 스시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고급 음식이 되기 위해선 상차림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음식 문화에는 상다리 부러지게 내놔도 ‘차린 게 없다’고 말하는 겸양의 미덕이 있어요. 그런데 외국인이 보기에 실컷 먹어도 음식이 남는다면 비싼 음식으로 여기지 않겠지요.”

평생 한식을 연구해 온 그는 이번 평창 올림픽 개최와 한식 10선 개발이 한식을 세계화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식 10선 중에서 히트 상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식 10선이 문화 상품이자 관광 상품인 한식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한식#윤숙자#한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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