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난 가치의 재발견… 진정한 창조의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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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씽크: 오래된 생각의 귀환/스티븐 풀 지음·김태훈 옮김/400쪽·쌤앤파커스·2만2000원

‘창조경제’란 구호가 한국을 뒤덮은 지 4년째다. 창조적인 기업을 잉태한다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섰고, ‘창조금융’ ‘창조농업’ 등 창조라는 딱지가 온갖 정책에 씌워졌다. 그러나 창조적이지 못한 국내 환경에 절망하며 해외로 떠나는 이공계 박사들의 행렬은 늘어났고,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7년 11위에서 지난해 26위로 급락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다룬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의 사례가 등장한다. 전기차는 1837년 휘발유차보다 먼저 만들어졌지만 비싼 가격과 짧은 이동거리 탓에 200여 년간 자취를 감췄다. 상황이 바뀐 것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과거의 아이디어에서 ‘배터리 기술’이라는 빠진 조각을 보완한 것. 머스크는 “휘발유차보다 앞서 나온 차가 21세기에 다시 만들어지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 한 바퀴를 돈 셈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200년 전 폐기됐다 부활한 전기차처럼 창조적인 아이디어란 과거의 가치를 재발견·보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심리치료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인지행동치료는 고대 스토아 철학에서 발전한 것이고, 냉전 시기 핵전쟁을 억제하는 전략으로 쓰인 것은 ‘손자병법’이었다.

창조에 대한 강박과 새로움에 대한 칭송을 보내면서 정작 그 방법은 찾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생각을 재점검하고, 과거에서 빠진 퍼즐 조각을 채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저자의 외침이 깊게 울린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리씽크#스티븐 풀#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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