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지출 감소… 먹는 것-교육비도 줄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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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작년 가계동향 발표
월 440만원 벌고 336만원 지출… 근로소득 감소가 소비 둔화 이어져
물가는 2%올라 저소득층 큰 타격…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소폭 올라


최근 옷을 사러 백화점에 들른 회사원 권모 씨(36)는 진열대 앞에서 한참 서성거리다 빈손으로 돌아갔다. 3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월급에 비해 옷값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권 씨는 “아이들 피아노학원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살림이 팍팍해져 옷은커녕 반찬 사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계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가계 지출도 사상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특히 많이 줄면서 소득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 ‘소득 감소→소비 둔화’ 악순환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가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437만3000원)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1년 새 0.4% 줄어 2009년(―1.5%) 이후 7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실질 가계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게 소득 감소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근로소득이 오르지 않은 것 역시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이자소득 등 실질 재산소득도 19.2% 줄었다.

가벼워진 지갑 사정은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월평균 가계지출은 336만1000원으로 1년 새 0.4% 줄었다. 실질 지출 규모는 1.3%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오락문화 비용(―2.0%·실질비용 기준)은 물론이고 경기에 비교적 덜 민감한 식음료품(―1.3%), 교육비(―2.0%)까지 줄어든 결과다.

여기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과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해진 경제 상황은 가계소비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4였다. 이 지수가 전달보다 1.1포인트 올라 4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 저소득층 고통 특히 심각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2인 이상 가구 기준)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5.6% 줄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 이 기간 5분위(상위 20%) 소득은 2.1% 늘어 양극화가 한층 심해졌다.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은 4.48배로 1년 전(4.22배)보다 커졌다.

이처럼 소득과 지출이 모두 꺾였지만 물가만은 ‘고공행진’을 이어가 서민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라 2012년 10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얼어붙은 고용 여건을 개선하는 데서 소득·소비 부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려 가처분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박창규 기자
#가계소득#지출감소#가계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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