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품성… 사회적 약자 배려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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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강조한 대학 졸업-입학식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잃을 게 없다’는 긍정의 힘이 봉사활동과 창업의 원동력이 됐어요.”

24일 열린 서울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축사를 한 이진열 씨(28·종교학과)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나빠질수록 말과 행동도 움츠러들었다. 대학에 입학해도 내성적인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2학년 때 우연히 교내 봉사단에 들어간 그는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땀을 흘리면서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봉사단장으로 일하며 배운 ‘하면 된다’ 정신은 현재 창업 도전의 밑거름이 됐다.

이 씨는 “남들은 스펙도 안 되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는 걸 보면서 나 역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한 인재’ 육성을 강조한 성낙인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배려와 존중의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졸업생에게 “약자를 배려하는 지식인, 바른 정신을 가진 인재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연세대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이 들고 있던 ‘학생명예선언문’에도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선언문은 김용학 총장이 올해 처음 도입한 것. 성실 정직 배려의 태도로 학교생활을 하겠다고 학생들 스스로 선서하는 것이다. 김 총장은 축사에서 “스펙 쌓기에 자신을 가두지 않아야 한다. 배려와 섬김 나눔을 아는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총장은 모든 신입생 가정에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시집과 편지 학생명예선언문 학교안내서 등을 보냈다.

학생 대표로 선서한 영문학과 신입생 구예린 씨(19)는 “학점 경쟁과 취업난으로 치열한 대학생활에 우려가 컸는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도 이날 입학식을 치르면서 신입생들을 응원하고 위로했다. 송덕수 총장직무대행(부총장)은 축사에서 “이화여대가 최근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순서에서 남교수중창단은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축가로 불렀다.

한편 이날 서울대 법과대학에서는 ‘광장’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소설가 최인훈 씨(81)가 입학 65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1952년 법학과에 입학한 그는 1956년 휴학 후 제적 상태에 있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동혁 기자
#대학#졸업식#나눔#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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