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더 못참겠다’ 메시지… 군사-외교-금융 전방위 채찍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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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 매우 화났다”… 점점 강도 세지는 트럼프 대북발언


북한 김정은 정권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등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발했다.

트럼프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한 일에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핵 위협이 트럼프가 설정한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는 대북 메시지의 강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취임 전 “(북한이 미국 본토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1월 2일)이라고 말한 뒤 “북핵은 매우매우 우선순위”(2월 10일)→“북한은 매우매우 큰 문제이며 아주 강하게 다룰 것”(2월 13일)이라고 했다가 이날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것.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 각종 유세에서 김정은에 대해 “미쳤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대선 후 김정은을 직접 언급하며 맹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의 이날 언급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인식과 향후 대북 정책 기조를 어느 때보다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우선 북핵 위협을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초강경으로 설정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취임 전 정보기관에 가장 먼저 북핵 상황을 보고받고, 백악관을 중심으로 대북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고 있는 게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북핵 위협을 대단히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사실상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는 사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지만 “(북핵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한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가속화하는 것이 많은 옵션 가운데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여러 대북 압박 카드 중 이미 진행 중인 사드 배치를 우선 추진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탄핵 심판 후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현재 여론조사 1위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드 배치 재검토’를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미사일방어 체계 강화 외에도 각종 대북 카드를 검토하고 있음을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현재 미 정부와 의회 주변에서는 북한과 교류하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전면 시행,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을 통한 달러 유입 차단 등의 카드가 검토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일부 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북-미 대화론에 대해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으면서도 “너무 늦었다”며 현 시점에선 사실상 일축했다. 대선 기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는 이미 시기가 지난 이슈라는 것이다.

대선 기간부터 제기했던 중국 역할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꺼내 들 것임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엄청난 통제력을 갖고 있어서 자신들이 원하면 매우 쉽고 빨리 북핵 위협을 끝내고 해결할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 석탄 수입 금지 조치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핵 위협을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을 뺀 채 “(북핵이) 일본에 매우 부당하다”고 말해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국의 장기간 국정 공백 상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시아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대미 외교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김정은#대북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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