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혜정 “성별이 중요치 않은, 개성이 온전한 연기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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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25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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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혜정. 사진제공|NEW
배우 강혜정. 사진제공|NEW
배우로 한창 활동할 나이다. 다양한 경험에 따른 노련미까지 갖춘 시기다.

그런데도 배우 강혜정(35)의 연기 활동의 폭은 상당히 ‘좁다’. 본래 연기를 시작한 출발인 영화에서도 보통 3~4년씩 공백을 보내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역, ‘연애의 목적’과 ‘웰컴 투 동막골’에서의 활약은 벌써 10년 전 일이 됐다.

그래서 22일 개봉한 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제작 로드픽쳐스)은 강혜정의 복귀작이란 사실에서 더욱 반갑다. 새삼스레 그의 존재를 다시 확인케 하는 기회도 된다.

2009년 가수 타블로와 결혼해 아내이자, 딸 이하루 양의 엄마의 삶에 더 집중해온 강혜정을 ‘루시드 드림’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웃음 많은 유쾌한 성격, 꾸밈없는 모습에서 인간미가 물씬 풍겼다.

-영화를 본 남편의 평가는 어떤가.

“VIP 시사회로 보곤 ‘생각보다 재밌는데’ 하더라.”

-음악하는 남편, 연기하는 아내다. 서로에 대한 평가는 냉정한 편인가.

“감성적인 베이스를 가진 사람들이라 칭찬을 기본에 둔다. 응원이 필요한 순간이 많으니까 ‘뭐든 잘 할 수 있다’는 전제도 깔고. 그리곤 상대가 원하는 분석을 한다.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이젠 ‘결혼부터 말해봐’라고 하기도 하지만. 하하!”

-영화는 아이를 잃은 아빠가 주인공이다. 눈물 난다는 반응도 있다.

“영화 보며 눈물을 흘리기엔 내 마음에 커다란 마른 나무가 있다.(웃음) 난 슬플 때보다 초월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눈물이 난다. 예를 들면, 작년에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올라가는데 마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더라.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은 눈물은 아마도 그 때가 처음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고수는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던데.

“측은했다.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이해가 됐다. 눈물 흘리기에 곱게 접어놓은 화장지를 살포시 건넸다.”

-왜 ‘루시드 드림’인가.

“단순히 내가 맡은 역할보다 이 영화가 어떻게 그려지고 완성되는지가 중요했다. 게다가 SF스릴러다. ‘한국영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나. ‘스타워즈’가 지금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듯이. 나중에 자식에게 얘기하기도 좋을 것 같았다.”

배우 강혜정. 사진제공|NEW
배우 강혜정. 사진제공|NEW

강혜정은 2014년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혹여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지 궁금했다.

“뭔가 다 잃어버린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오락가락, 왔다갔다, 했다. 이젠 침착해졌다. 긴 세월이지 않나. 결혼하고 8년이 지나 10년이 가까워온다.”

-‘루시드 드림’을 하고 나니 영화에 더 욕심이 생기지는 않나.

“무대 인사를 하다 문득, 뮤지션이 팬들 앞에 서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그 기분에 부응해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기도 하다. 인생은 기니까, 나는 장전을 잘 하고 있어야 한다.”

-배우로는 고민이지만 누구보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 않았나.

“타블로 씨(강혜정은 남편을 이렇게 칭했다)와 나에겐 대화가 제일 중요하다. 대화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결혼도 안했을 거다. 대화의 주제도 무궁무진하다.”

-결혼하고 좀 변했나.

“난 ‘월가’ 출신이 아니라 ‘할렘’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하하! 한참 영화를 많이 하던 20대 때 사실 좀 이상한 사람이긴 했다. 그래도 마치 ‘추파춥스’처럼 달달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땐 목숨이 네 개쯤 있는 줄 알고 자유롭게 행동했다.”

-지금은?

“지금 제 목숨은 하나입니다. 하하!”

-만약 10년 전, 2007년으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선택이 있나.

“와! 이 질문에 답하면 제목이 자극적으로 나올지 모르겠는데.”

-주목받기 싫은가.

“아니, 관심 받지 않는 것에 연연한다. 하하! 2007년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지금 나를 둘러싼 현실이 혹시 바뀌지 않을까. 10년 전 선택을 바꿔서, 지금 내 환경에 아주 작은 변화가 온다면 나는 하지 않겠다. 그것이 설령 일생일대 아주 후회되는 일일지언정 지금이 변한다면 하지 않을 거다.”

-그만큼 현재에 만족하나보다.

“나와 타블로 씨의 가장 위대한 필모그래피는 아무래도 이하루다.(웃음) 피처링이 아주 잘 된 아이다. 정말 괜찮은 아이다.”

-혹시 다시 찍고 싶은 작품은 있나.

“내 친구의 증조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지만 그래도 반지 낀 손가락은 따로 있다고. 하하! 잘된 자식은 알아서 제 몫을 찾아간다. 잘 되지 않은 자식은 더 보듬어 주고 싶다. 그렇게 보면 ‘허브’, ‘우리 집에 왜 왔니’, ‘개를 훔치는 방법’ 같은 영화에 마음이 간다.”

-출연했던 영화를 다시 보는 편인가.

“‘허브’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50번쯤 봤다. 딸 덕분이다. 하루가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적도 두 번 있다. ‘인사이드 아웃’과 ‘허브’를 보고서. 하루와 함께 보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 때 들었다.”

강혜정은 초등학생이 된 딸이 자라나는 게 “아쉽다”고 했다.

“후회 없이 키웠지만 자꾸만 커 나가는 모습이 아쉽고, 혹시 조금 더 자라서 방문을 닫아버릴까 걱정이 된다”고도 했다. 친구 같은 엄마,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혹여 유난스럽게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는지 “그렇다고 치맛바람을 날리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정도, 일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나.

“나도 타블로 씨도 나이라는 제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그런데 나보다 음악을 하는 남편이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 가장의 무게가 엄청난 스트레스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자유로움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내가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강혜정은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꼽았다. 영국 배우 틸다 스윈튼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성별이 중요치 않은, 배우의 개성을 온전히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강혜정은 “그럼에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 나 혼자 잔다르크의 기질을 발휘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며 웃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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