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KIA 김진우 “스스로 납득할 시즌 만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4일 05시 30분


KIA 김진우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이를 악물고 있다. 16일 니혼햄전에 선발등판했다가 타구에 오른 무릎을 맞고 쓰러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KIA 김진우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이를 악물고 있다. 16일 니혼햄전에 선발등판했다가 타구에 오른 무릎을 맞고 쓰러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KIA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햇살이 따갑게 비추다가 갑자기 거친 바닷바람이 불고, 소나기가 흠뻑 땅을 적시기도 한다. 이러한 오키나와의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닮은 이가 있다. ‘풍운아’라는 별명을 가진 KIA 우완투수 김진우(34)다.

KIA 김진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김진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FA까지 16년, 돌고 돌아온 김진우

김진우는 올해 ‘예비 FA(프리에이전트)’다. 남들에 비해 한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2002년, 계약금 7억원을 받고 KIA에 1차지명된 그는 ‘제2의 선동열’로 불렸다. 입단 첫 해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2002년 12승·2003년 11승)를 거두며 프로에서도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2007시즌 무단이탈로 임의탈퇴됐다 4년만인 2011년에 복귀하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

벌써 그는 프로 16년차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예비 FA 신분도 벌써 3년째다. 지난 3년 사이에도 모진 풍파를 겪었다. 김기태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15년, 체력테스트에서 중도포기한 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결국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통증을 참고 던지던 팔에 한계가 왔다.

지난해엔 수술 후 재활을 착실히 하면서 후반기 선발로 복귀할 ‘히든카드’로 꼽혔다. 그러나 재활 막바지 집에서 아이를 돌보다 왼 엄지발가락이 부러지는 불의의 부상을 입으면서 복귀가 늦춰졌다. 9월에 돌아왔지만, 팀과 코칭스태프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김진우는 물론 KIA에도 2017년은 매우 중요하다. 팀은 전력보강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김진우는 비로소 FA 자격을 채울 기회다. 그는 4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팀에서는 김진우가 선발로 자리를 잡아줘야 ‘계산’이 선다고 보고 있다.

KIA 김진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김진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첫 실전부터 액땜, ‘제발 부러지지 마라’

오키나와 캠프에서 김진우와 마주했다. 첫 실전이었던 16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선발등판해 2구째를 던지고 타구에 오른 무릎을 맞고 쓰러졌던 그다. 아직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내렸지만, 붓기도 빠졌고 걷는 데 지장이 없었다. 단순 타박상 진단이 나와서 망정이지, KIA의 모든 구성원이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었다.

그는 “맞는 순간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을 열었다. 3년만의 정상적인 스프링캠프 참가, 김진우는 선수단에 앞서 미리 오키나와에 들어와 자율훈련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그만큼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3년 전의 악몽이 떠오를 법했다. 2014년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타구에 정강이를 맞고 두 달 가량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김진우는 “그때도 준비가 잘 됐던 해였다. 밸런스가 약간 안 좋았지만, 몸 상태가 괜찮았다. 다치고 나서 처음엔 타박상 진단이 나왔는데 계속 아파 정밀검사를 받으니 뼛속이 깨져 있었다. 복귀 후에도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어찌 보면 불의의 부상으로 인한 밸런스 붕괴가 지난 2년간 15경기 출장에 그치게 만든 각종 부상의 원인이기도 했다.

김진우는 “이번에 맞았을 땐 ‘난 뭘 해도 안 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러려고 일찍부터 몸을 만들었나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아파서가 아니라, 분해서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장세홍 트레이너가 “뼈가 단단해서 괜찮을 거다. 이겨낼 수 있다”고 손을 잡아줬지만, 초조함은 어쩔 수 없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제발 부러지지만 마라’를 되뇌었다.

KIA 김진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김진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올해는 스스로 납득할 만한 시즌이 되자!

그는 모처럼 참가한 캠프에서 한참 어린 후배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진우는 “경쟁은 경쟁이다. 결국 잘하는 사람이 선발로 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선발을 차지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것만 하면 선발이든, 중간이든 어떤 보직에서도 풀타임을 뛸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의 교훈 탓에 FA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FA가 머릿속에 있었다. 몸은 안 되는데 의욕만 넘치더라. 그래서 이번엔 그 생각은 버리고, 1군에서 풀타임을 뛰는 것만 보고 있다. 운동도 일부러 오버하지 않고 똑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사람인데, 우리 가족을 위해 좋은 계약을 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돈은 없어도 된다’고 말해주더라. 다치지만 말고 건강하게만 하자고 말하는데, 그게 정말 맞더라. 자꾸 무언가를 쫓아가면 다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우는 FA보다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만족했던 해가 있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젊었을 땐 뭘 모르고 야구해서 그런 것 같다. 2012년에 10승을 했지만, 그때도 좀더 빨리 몸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에 만족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니 없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꺼낸 그의 마지막 한 마디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올해는 내 자신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만족할만한 시즌을 만들겠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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