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훈 “700위권→42위…날 키운 건 어린시절 가시밭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24일 05시 45분


왕정훈은 2017년 한국 남자골프를 빛낼 선두주자로 꼽힌다. 어린 시절, 남다른 길을 걸으며 고난을 겪었던 그는 새 시즌 ‘세계 톱 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왕정훈은 2017년 한국 남자골프를 빛낼 선두주자로 꼽힌다. 어린 시절, 남다른 길을 걸으며 고난을 겪었던 그는 새 시즌 ‘세계 톱 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유러피언투어 신인왕’의 성공비결

청소년기 필리핀 유학 방황·中투어 전전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작년 2승했으니 올해는 그 이상 해야죠
3월2일 WGC·4월6일 마스터스 설렌다


2016년 유러피언투어 신인왕 왕정훈(22)의 상승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남자골프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왕정훈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내 의류업체 애플라인드와의 후원계약식에 참석한 그는 “일찍 시작한 험난한 모험과 고난 덕분”이라고 했다.

왕정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왕정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세계랭킹 10위가 목표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 중인 왕정훈은 한국선수 중 올해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1월 카타르마스터스에서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더 크고 새로운 무대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랭킹 4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왕정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비롯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등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첫 무대로 3월 2일부터 멕시코에서 열리는 WGC 멕시코챔피언십에 참가한다. 세계랭킹 상위 50위, 2015∼2016시즌 PGA 투어 페덱스컵 최종전 진출자 등 약 75명만 나갈 수 있는 특급대회다.

왕정훈은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된 일이다. 가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자신감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4월 개막하는 마스터스 출전도 거의 눈앞에 다가왔다. 3월 말까지 세계랭킹 50위 이내를 유지하면 출전이 가능하다. 그는 “마스터스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하는 건 없다. 항상 하던 경기와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설렌다”고 마스터스를 기다렸다.

지난해 2승에 이어 올해도 1승을 추가한 왕정훈의 꿈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세계랭킹 42위로 한국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있지만, 올해 10위까지 오르겠다는 비장함을 숨기지 않았다.

왕정훈은 “세계랭킹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 하지만 순위에 너무 의미를 두지는 않을 생각이다”면서 “작년 2승을 했으니 올해는 그 이상의 목표를 이루고 싶다. 그 안에는 PGA 투어 우승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마스터스 이후 2경기 연속 컷 탈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왕정훈은 이 같은 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골프란 항상 1등만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어떤 결과든 나올 수 있다. 그런 (컷 탈락이라는) 결과가 있기에 또 우승할 수도 있다. 그게 골프다”며 다음을 준비했다.

왕정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왕정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고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왕정훈의 성장은 눈부시다. 2013년 프로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세계랭킹은 700위권 밖이었다. 그랬던 왕정훈은 2014년 연말 269위까지 끌어올렸고, 2015년 169위로 순위를 더 높였다. 2016년에는 유러피언투어 핫산2세트로피와 모리셔스오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61위까지 높아졌다.

50위벽은 톱랭커를 상징한다. 별들의 전쟁으로 통하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올 시즌 시작과 함께 높게만 보이던 벽을 가뿐히 넘어섰다. 카타르뱅크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며 39위로 단숨에 50위 벽을 허물었다.

왕정훈은 “50위 이내에 드니 모든 게 달라졌다. 뭐라고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게 편해졌다”고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했다.

왕정훈의 초고속 성장 뒤엔 특이한 이력이 숨어 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필리핀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국내로 돌아왔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필리핀으로 건너갔고 16세 때 프로의 길을 택했다. 남다른 성장 배경 탓에 청소년 시절에는 태극마크를 한 번도 달아 보지 못했다.

2012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가 된 왕정훈은 바닥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중국투어를 전전했다. 지금의 중국투어는 미국프로골프(PGA)의 3부 투어 격으로 승격해 규모가 커졌지만, 당시만 해도 제대로 투어가 갖춰지지 않은 무대였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왕정훈은 꽃을 피웠다. 중국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아시안투어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해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로 통과하며 조금 더 성장했다. 그리고 2014년 중국투어 미션힐스 하이커우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에는 주로 아시안투어를 무대로 뛰었고, 우승은 없었지만 3번의 준우승 포함 톱10에 8차례 진입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런 고생은 왕정훈의 성공에 밑천이 됐다.

왕정훈은 “고생은 했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아버지의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왕정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왕정훈.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6년은 왕정훈의 해였다. 핫산2세트로피와 모리셔스오픈 연속 우승으로 고단했던 떠돌이 생활에서도 벗어났다. 특히 5월 핫산2세트로피에서는 대기선수로 있다가 뒤늦게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행운을 잡았고, 우승까지 연결시키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8월에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그토록 원하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안병훈(26)과 함께 국가대표가 됐다.

2017년에도 왕정훈의 행진은 거침없다. 유러피언투어의 중동시리즈에서 아부다비챔피언십 공동 11위에 이어 카타르마스터스 우승으로 세베 바예스테로스, 마테오 마나세로에 이어 역대 3번째 최연소(21세4개월) 3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왕정훈의 시선은 더 큰 무대를 향하고 있다. 4월 6일 개막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다. 마스터스는 전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만 초청해 치르는 메이저대회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 중 첫 손에 손꼽힌다. 왕정훈은 “그린재킷을 입어보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 왕정훈은?

▲생년월일=1995년 9월 7일생
▲키=180㎝
▲학력=신상도초~득량중~필리핀 영지국제학교~한국체육대학교
▲주요 성적=2013년 중국투어 상금랭킹 1위, 2015년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9위, 2016년 유러피언투어 핫산2세트로피 우승·모리셔스오픈 우승·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골프 국가대표·유러피언투어 신인상, 2017년 유러피언투어 카타르마스터스 우승·유러피언투어 레이스투두바이 3위·남자골프 세계랭킹 42위(이상 23일 현재)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