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전주 시대’ 열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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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 28일까지 이전 완료… 전북도 금융타운 개발사업 본격화
관계자 방문 이어져 고용 확대 기대

국민노후자금 550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8일까지 전북혁신도시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전북도는 기금운용본부 이전을 계기로 이 일대에 금융회사가 집적된 금융타운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핵심 인력이탈과 금융 인프라 부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북도 제공
국민노후자금 550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8일까지 전북혁신도시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전북도는 기금운용본부 이전을 계기로 이 일대에 금융회사가 집적된 금융타운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핵심 인력이탈과 금융 인프라 부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북도 제공
국민 노후자금 550조 원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이달 말 전북혁신도시로 완전히 이전한다.

23일 전북도와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강남구에 있는 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다. 서울사무소는 1층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실만 남겨두고 모두 임대한다.

2013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시작된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 계획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2월 국토교통부의 지방이전계획 변경승인 통보로 본격화했다. 같은 해 3월 전주시 덕진구 전북혁신도시에 사옥 부지 1만8700m²를 매입했다. 착공 1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본부와 별도로 지상 5층 규모의 기숙사도 완비됐다. 직원 310여 명 전원이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 이달 28일까지 순차적으로 주식운용실과 채권운용실 리스크관리센터 대체투자실 준비지원실 운용전략실 등이 옮겨온다.

기금운용본부 이전에 따라 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를 한 곳으로 모으려는 전북도의 금융타운 개발사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의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분야의 큰 변화도 예상된다.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기금운용본부와 거래하는 342개 기관 관계자의 전북 방문과 이에 따른 각종 회의 등으로 생산·취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금본부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위해 전북을 찾는 기관 관계자는 월평균 3000여 명, 연간 3만6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27%인 약 150조 원을 해외에서 운용하기 때문에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IB)과 자산운용사에서 월평균 200명가량의 임직원이 유망 투자처를 제안하러 기금운용본부에 온다.

전북의 마이스 산업 관련 지출은 546억 원, 이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는 1065억 원, 일자리 창출은 94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한국금융연구원은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으로 투자는 최대 5534억 원, 지역 내 총생산은 최대 3522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하면 전북의 금융산업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북의 금융 인프라나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에 필요한 금융투자회사나 자산운용사도 없다. 전주 이전을 앞두고 기금을 운용하는 핵심 인력이 이탈하기도 했고 올해 안에 계약이 끝나는 상당수 펀드매니저들의 줄사표도 예고돼 있다. 기금운용본부 방문 인원들의 중장기 투숙에 따른 비즈니스호텔과 특급호텔 건설도 과제로 꼽힌다.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서울∼전주 고속철도(KTX) 증편과 함께 전주역에서 전북혁신도시를 연계하는 다양한 교통수단 신설과 교통 인프라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와 금융회사를 엮어 전북혁신도시를 서울 부산에 이어 ‘제3의 금융 중심지’로 키워가겠다”며 “기금본부의 전북 이전을 기폭제로 금융산업이 전북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와 국민의당 전북도당 등은 22일 성명을 통해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에 대해 금융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흠집을 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등은 “30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최대 연기금 ‘캘퍼스(CalPERS)’가 전주 인구(65만 명)보다 적은 47만 명의 소도시(새크라멘토)에 있는 만큼 도시 규모만으로 입지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다음 달 2일 기금운용본부 이전 환영식을 연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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