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나이 제한은 없다” 세월을 잊은 만학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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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앞둔 한상철 前원주시장 방송통신대서 평균 A학점 졸업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조정연씨 70세 고령에 수시모집으로 합격

감동 어린 사연이 쏟아지는 졸업과 입학 시즌. 올해도 칠순과 팔순 만학도들이 영예의 졸업장을 받았거나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하는 등 영광과 도전의 장면들이 펼쳐졌다.

○ 나이를 잊은 도전

한상철 전 원주시장
한상철 전 원주시장
26일 한국방송통신대 원주시학습관에서 열리는 졸업식에서는 팔순을 앞둔 한상철 전 원주시장(78)이 졸업장을 받는다. 한 전 시장은 2015년 중어중문학과에 학사 편입해 2년 동안 공부한 끝에 평균 A학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게 됐다. 고려대 법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강원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중어중문학에 다시 도전한 것은 민선 2기 원주시장 재직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중국 자치단체와 교류를 추진하면서 중국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이에서 오는 좌절감의 극복이 문제였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단어와 문장을 다시 외우느라 무던 애를 써야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공부에 매달렸다는 그는 “한국이 통일이 되면 더 넓은 면적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어야 할 나라가 중국이다. 그들과의 우의를 증진하는 데 앞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대는 만학도에게 주어지는 ‘평생학습상’을 이날 그의 가슴에 안겨줄 예정이다.

○ 학교 드높인 졸업생 눈길

입학식을 위해 학교를 찾은 조정연 씨. 그는 “사회복지학 공부를 계기로 이제는 남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한남대 제공
입학식을 위해 학교를 찾은 조정연 씨. 그는 “사회복지학 공부를 계기로 이제는 남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한남대 제공
21일 한남대 입학식에서 사회복지학과에 새내기로 입학한 조정연 씨는 올해 70세다. 대전여고 부설 방송통신고를 수석 졸업한 그는 수시모집에서 고교 내신성적 100%로 선발하는 일반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1999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15년 동안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해 온 조 씨는 2013년 일을 접고 지역 복지관이나 대전시민대학을 찾아 합창과 컴퓨터, 당구, 꽹과리 등을 배우면서 틈틈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학업에 대한 갈증은 채워지지 않아 2014년 방송통신고에 입학했다. 한 달에 두 번 일요일마다 등교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부하고 평일에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3년을 보냈다. 그 결과 5일 졸업식에서 전교 1등을 하며 영예의 대전시교육감상을 수상했다. 학업 중에도 시간을 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충남대병원에서 ‘호스피스 교육’도 수료한 그는 “이제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봉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목원대 졸업식에서는 정진일 씨(장애인복지신문 대전지사장)가 중증장애에도 불구하고 이 대학 사회복지학과의 장애인 체험행사 등을 도운 공로로 명예졸업장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졸업생들도 눈에 띄었다. 순천향대는 생물학과를 나온 강세원(37) 박소영 씨(32) 등 두 박사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전임연구원으로 채용돼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대전대는 물리치료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한 장현정 씨(37)가 미국 뉴욕 주의 물리치료사 면허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지명훈 mhjee@donga.com·이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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