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은 여성이 결정”… 트럼프에 맞선 유럽의 ‘슈퍼우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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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플루먼 무역개발장관, “피임-낙태 여성선택권 보호”
反트럼프 국제연대 출범시켜, 유럽 19개국 동참… 3월 국제회의

이달 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시위에 릴리아너 플루먼 무역개발협력장관을 슈퍼맨으로 묘사한 피켓이 등장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이달 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시위에 릴리아너 플루먼 무역개발협력장관을 슈퍼맨으로 묘사한 피켓이 등장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착오적 행정명령에 맞서 여성 권리를 지키는 슈퍼우먼.’

이달 초 네덜란드 헤이그 등에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에선 이 나라의 릴리아너 플루먼 무역개발협력장관(55·여)의 얼굴과 슈퍼맨을 합성한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하순 ‘낙태 관련 국제단체에 대한 미국의 재정적 지원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플루먼 장관이 즉각 맞대응하는 국제연대 ‘그녀(여성)가 결정한다(She Decides)’를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안전한 낙태나 피임 교육 등 여성 보호를 위한 기금을 여러 정부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플루먼 장관은 21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지금은 2017년이다. 여성이 자기 신체의 주인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녀가 결정한다’ 국제기금은 트럼프의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플루먼 장관의 참모들은 “다른 정부들과 먼저 상의하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상의하다 보면 논의 과정이 길어지고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참모들에게 ‘그냥 우리가 먼저 출범시키자. 다른 나라가 동조해주면 더 좋은 것이고, 동참 안 해도 우리는 여전히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1000만 유로(약 121억 원)를 내놓았고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등 현재까지 총 19개국이 동참했다. 이들은 다음 달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녀가 결정한다’는 제목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목표 액수인 6억 달러(약 6900억 원) 기금 마련 방안과 여성 권리 보호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 언론들은 “국제회의 참가국이 50개국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플루먼 장관은 “(회의 참가국들 이외에도) 이 기금의 취지를 지지하는 나라가 더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며 신중한 경우가 있다. 참여 여부 결정은 전적으로 각 나라의 몫”이라고 말했다.

피임과 낙태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옹호하는 그는 의외로 가톨릭 신자다. 그는 “진짜냐(가톨릭 신자 맞냐)”라는 NYT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가톨릭 신자는 (교회에서) 배운 대로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가톨릭 신자는 일정한 규칙과 규범 안에서 자신만의 양심을 가지고 그 양심을 기본적 행동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어머니께 배웠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트럼프#여성#반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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